[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16) 김해베리팜 신현식·안성희 부부

한때 귀농귀촌을 떠올리면 머리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퇴직하고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여유를 가지며 사는 것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 귀농관련 단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귀농귀촌센터 등에는 새로운 직업으로 농사를 짓고자 귀농귀촌하려는 젊은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서 김해베리팜을 운영하는 신현식(46)·안성희(43) 부부도 그런 경우다.

◇학원 운영하며 투잡으로 시작한 블루베리 = 부부는 김해 시내에서 학원을 운영했다. 아내 성희 씨는 학원 일을 한 지 20년이 됐다고 했다. 부부가 열성으로 가르치고 아이들을 보살피니 나름 학부모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학원이었다. 하지만 현식 씨는 평생 직업으로 삼기엔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여겼다. "학원을 운영했던 곳이 구도심이었습니다. 인근 신도시로 젊은 층이 대거 빠져나가고 나이 많은 어른만 사는 그런 도시가 됐습니다. 당연히 학생 수도 줄 수밖에 없었죠. 학생이 많은 신도시로 학원을 옮겨갈까 생각도 했지만 다시 투자하고 학생들을 모집해야 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학원사업은 내리막길일 수밖에 없어 평생직장으로 할 그런 일이 아니었죠.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는데 농사를 생각했습니다."

함안 칠원이 고향인 현식 씨는 직접 농사일을 하진 않았지만 시골에서 자란 덕에 농사 중에서도 과수농사가 좀 더 편하다는 것을 보고 들었다. 게다가 농사는 정년도 없다. 블루베리가 뜨는 작물이란 것을 익히 알았고, 병해충이 크게 없다는 것도 들었다. 또 과수는 수확시기가 정해져 있어 한철만 바쁘게 보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게도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지인이 있어 농장을 방문해 알아보고 아내와 의논했다. 또 수확 철엔 직접 따는 것도 해보니 할만했다. 마음을 굳히고 2012년 6월 하우스 비가림시설을 지었다.

"남편이 블루베리 농사를 지어보면 어떨까 하는데 그땐 제가 농사일을 모르니 하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해보자고 했죠. 더구나 처음엔 부업쯤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교육을 받을 때 강사로 오신 분이 제게 무슨 농사를 짓는지 묻더라고요. 그래서 블루베리라고 했더니 '드레스 입고 농사짓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시골 정서를 전혀 몰랐던 제겐 사실 이 농사도 버거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라니 다른 밭작물은 어떨지 지금도 상상이 안 갑니다."

김해 생림면에서 김해베리팜을 운영하는 신현식·안성희 부부가 블루베리를 따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바쁜 농장일로 학생들에겐 소홀…전업 결심 = 현식 씨가 농사를 시작했지만 엄연히 학원을 운영하면서 짬짬이 블루베리를 가꾸는 투잡이었다. 점차 재배면적도 늘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투잡을 하다 보니 한쪽 일이 소홀해지는 것이었다. "처음엔 하루 한 시간 정도 짬을 내 물 주는 것만 하면 됐습니다. 수확 철에도 100여 그루에서 200~300㎏ 정도 딸 때는 괜찮았죠. 몸은 고됐지만 오전엔 수확하고 오후엔 수업을 했습니다. 시험기간이면 보충도 했죠. 하지만 재배면적을 늘린 이후 재작년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니 한 달 내내 바빴습니다. 학원은 선생님께 맡기고 수확에만 매달렸는데 학원이 정상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그해 9월 결국 학원을 다른 선생님에게 넘기고 전업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부부는 말이 쉬워 전업이지 지금 농장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단다.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일손을 구하기보다는 가족의 힘을 많이 빌렸다고 했다.

이제 전문 농사꾼으로 돌아선 부부는 시설과 노지 3300여 평에서 2300그루의 블루베리를 재배해 올해 1억 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비용으로 연간 9000만 원 정도 들어가 부부 각각 3000만 원 정도씩 순수익을 올릴 것으로 계산했다.

◇블루베리 수확시기 짧아 가공품 생산 계획 =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아 납품처가 다양한 편입니다. 김해지역 학교급식으로 많이 납품하고 있으며 올해엔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작년보다 줄었지만 개인 주문도 있습니다. 5월 초까지만 해도 현대백화점 납품도 했고요. 그래도 남는 것은 공판장에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공판장까지 낼 물건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현식 씨는 지금의 규모나 판로, 수익으로는 여전히 블루베리를 전업으로 하기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수확시기가 3월 중하순부터 7월 상순까지여서 수익 발생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단다. 수확 철뿐만 아니라 다른 시기에도 수익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장 한편에 어린 열매가 달려 있는데 7월 말, 8월 초까지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생과를 판매하는 목적도 있지만 가공해서 즙이나 잼을 팔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우리가 시내에서 했던 게 교육사업이니 아이들이 생태체험을 하거나 교육농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좀 더 장기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금은 둘 다 기회만 있으면 교육을 받으려고 합니다."

◇농촌으로 출근하는 부부, 마음의 여유 만끽 = 부부는 학원을 접고 나서 하루 생활 리듬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학원 일을 할 때는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 생활이었다면 지금은 새벽부터 일하는 농부가 다 됐다는 것이다.

현식 씨는 "학원을 운영할 때는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잠을 잤습니다. 아무래도 학원 일이라는 게 늦게 끝나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야 합니다. 하루는 아침 7시쯤 일어나 집안일 정리하고 농장에 왔더니만 옆에서 충고를 하더라고요. 농사일은 새벽에 시작되는데 그렇게 늦게 일어나면 한낮엔 일을 못한다는 것이었죠. 아차 싶었습니다."

성희 씨는 "학원을 오갈 때는 뭔가에 쫓기듯 조바심을 냈는데 여기서는 식물과 대화하는 것이 일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특히 관심을 둘수록, 정성을 쏟을수록 식물은 정직하게 그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이 가장 보람이 있죠. 우리가 이렇게 정성들여 나무를 돌보면 이렇게 예쁜 열매로 보답합니다. 식물은 주인의 정성만큼 자랍니다. 절대 거짓말을 안 하죠."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럽다. 오늘 블루베리를 수확하던 일꾼들이 일을 마치는 시간인 모양이다. 좀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바쁜 부부를 붙들었던 탓에 더는 인터뷰 진행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전업농 2년 차에 불과한 부부가 우리 농업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듯해 보는 사람으로서 참 뿌듯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