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스물다섯 청춘 이시화 씨

저는 영화 촬영감독을 꿈꾸고 있어요. 창원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는데, 대학 강의 중 영상 촬영을 해보면서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재밌더라고요. 내가 잡은 이 장면을 보고 사람들이 '괜찮다, 예쁘다' 말해주니까 좋았어요.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땐 사진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때도 친구들이 제가 찍은 사진을 매우 좋아해줬거든요.

어릴 때부터 앉아서 일하는 것은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고등학교 땐 사실 스스로 뭘 잘하는지 몰랐어요. 언어·체육·음악 등 막연하게 예체능계에 소질이 있구나 했지만 특출하게 잘하는 게 없었거든요. 마침 사진을 좋아했는데, 대학 진학할 때 신문방송학과를 지원하게 됐고 지금 이렇게 이어진 것 같아요.

영화 촬영에 관심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그쪽 관련된 사람과 일을 찾게 됐어요. 공공미디어 단잠의 조명 수업 때 인연으로 다큐멘터리 수업도 듣게 되고, 창원 출신의 최정민 감독도 알게 됐어요. 또 일본에서 한·일 영상교류 캠프에 참가했는데, 시나리오만 주고 팀마다 스스로 각색하고 연출, 기획, 음향, 편집 등 분야를 나눠서 작업하라는 거예요. 그때 엄청 재밌었죠. 최근엔 단편영화 2편과 웹드라마를 찍고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현재 우리나라에 여성 촬영감독은 극소수인 걸로 알아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여성의 감각적인 면을 잘 살리면 앞으로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말을 많이 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감각이 과연 여성과 남성이 크게 다른 것인지. 제 또래를 보면 남성과 여성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색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것 아닐까요.

주위에서는 그런 말 많이 하죠. 돈도 안 되는 일 뭐 하러 하려고 하나. 그렇지만 미리 겁먹지 않으려고요.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부모님께서는 딱히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으세요. CJ 같은 대기업 방송에 지원해보면 안되겠냐는 말씀하시긴 하지만. 하하. 영화 <대호> 아시죠? 2014년에 거기 촬영 보조 막내로 갈 뻔했었는데…. 엄청난 경험을 생각하면 좀 아쉽네요.

딱히 취업 걱정을 하진 않아요. 부모님도 강요하시진 않고요. 그보다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그래도 물론 이 길이 맞을까,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나 싶죠. 보험 같은 게 없으니까. 지금으로선 실패를 안해야지, 그래도 아직은 해볼 때잖아라고 생각해요. 곧 서울로 갈 생각입니다. 아쉽지만 이 지역엔 인프라나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올해 목표를 '나'를 구축하자로 잡았어요. 졸업을 하고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니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라는 느낌이에요. 이제 누구도 도와주지 않더라고요. 학생이 아니니까. 나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느낌. 늘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트렌드도 잘 읽고. 주위에서도 철 들지 말라고 많이 얘기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10년 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 일을 하고 있을까조차도. 그렇지만 열심히 할 겁니다. 영화도 체계적으로 공부할 것이고. 촬영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도 관심이 많아서 뭔가 융합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한번은 최정민 감독이 너 정말 촬영이 하고 싶냐라고 묻는데 멍한 거예요. 앞에 산이 보이지만 나무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좀 횡설수설하죠? 그게 요즘의 저 인 것 같아요.

촬영감독을 꿈꾸는 이시화 씨. 이 씨는 '늘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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