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행정대집행 2주년 맞이 송전탑 반대 농성장 순례 도곡저수지서 문화행사도

걷고 또 걸었다. 11일 오전 9시 시작된 순례였다. 고단한 몸은 오후 7시 흥겨운 기억 문화제에서 녹아 내렸다. 언제까지나 밀양을 기억할 이들이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이날 6·11 행정대집행 2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2014년 6월 11일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을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전국에서 150여 명의 연대자가 모였다. 경남 밀양 송전탑 13차 공사 재개 당시 행정대집행에 저항했던 4개 움막 농성장이 있던 곳을 방문했다.

연대자들은 '할매팀', '할배팀'으로 나누어 걸었다. 할매팀은 부북면 위양마을 사랑방에서 순례를 시작했다. 할배팀은 단장면 동화전마을 사랑방에서 출발했다. 할매팀은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 입구 장동 움막이 있던 곳에서 발길을 잠시 멈췄다.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은 이곳을 "치외법권"이라고 표현했다. 침입을 알리는 '봉화'를 켜는 역할을 한 곳이다.

11일 6·11 행정대집행 2주년 기념 행사에 참가한 '할매팀' 연대자들이 평밭마을 할매, 할매들과 조우했다. 한 연대자가 평밭마을 주민과 부둥켜 안고 있다. /최환석 기자

연대자들은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많이들 지친 기색이었다. 이들이 걷는 길은 그동안 경찰도, 밀양 할매·할배들도 자주 올랐던 길이다. 연대자들은 노쇠한 몸으로 길을 올랐을 할매·할배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129번 송전탑에 다다랐다. 이곳은 중요한 의미를 간직한 곳이다. 장동 움막과 함께 최초 숙박 농성을 했던 움막이 있었다. 30호가량 평밭마을 주민들은 매일같이 이곳을 지켰다. 이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3년 이상 이곳에서 먹고 잠을 잤다. 지난 2013년 6·11 행정대집행 때 첫 철거 대상이기도 했다. 이후 127번 송전탑 움막이 차례로 뜯겼다.

연대자들은 평밭마을 할매·할배들과 조우했다. 할매·할배와 그동안의 안녕을 묻는 맞절을 나눴다. 평밭마을 이남우(73) 씨는 연대자들을 반기는 인사말을 건넸다. "전국 각지에서 의리있는 이들이 해마다 와줘서, 밀양에 무슨 일만 터지면 함께해줘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맘 놓고 사는 환경이 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팀을 나눠 순례를 마친 연대자들은 오후 7시 상동면 도곡저수지에서 합류했다. 순례에 참가한 연대자를 비롯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등 3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날 마지막을 장식하는 6·11 행정대집행 2주년 기억 문화제가 열렸다.

단상 위에 오른 김말해(87) 씨가 참가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항상 잊지 않고 찾아줘서,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진희 씨가 이에 화답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101번(단장면 용회마을) 송전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름다운 밀양 모습이 있었습니다. 송전탑으로 파헤쳐진 게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는 한 번이지만 할매·할배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연대자들은 기념 티셔츠를 받아 입었다. 티셔츠에는 맞춤법을 무시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정은 산길과 같아서 자주 오고 가지 않으면 그 길은 업서 지나니.' 연대자들은 티셔츠에 적힌 문구를 보며 밀양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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