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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얽매인 풀뿌리 자치는 '속 빈 강정'

[1부 왜 지방자치인가?] (2) 지방자치의 요건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6년 06월 13일 월요일

한국 지방자치에 대한 두 가지 오해가 있다. 우선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자치단체장 포함 동시선거 등 지방자치 재개가 마치 당시 정권의 시혜인 양 오해한다. 또 광역·기초단체장 선출, 지방의회 의원 선출이 마치 지방자치의 모든 것인 것처럼 착각한다. 왜 오해인지 알기 전에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최소한의 요건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방자치의 요건 = 지방자치란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해, 그 지역 공동의 문제를, 자기 경비로, 스스로 또는 대표자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다. 4가지 요소가 포함돼 있다. 우선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있어야 하고, 자치사무와 자치재정을 가져야 한다.

큰 범주에서 지방자치에는 두 축이 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자치', 자치단체를 구성해 업무를 대행하는 '단체자치'다. 한국은 단체자치 중심이다. 주민자치가 강화돼야 한다. 지방자치 두 축과 4가지 요소가 현재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흥미롭기도 하고, 실태를 절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를 하나하나 분류해서 알아보는 딱딱한 방법보다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오해를 푸는 방법으로 접근한다.

◇지방자치 재개가 당시 정권 덕? = 1948년 제헌 헌법에 이미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이 포함됐다. 일찌감치 지방자치를 도입한 일본 영향을 받아 일제강점기 지방자치 흉내를 냈다. 1949년 7월에는 지방자치법이 제정됐다. 법 제정 후에도 지방자치제는 시행되지 못했고, 1952년 4월 이승만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결정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동원 전략이었다. 그해 4월에는 시·읍·면의회 의원 선거가, 5월 10일에는 도의회 의원 선거가 진행됐다.

이재명 성남시장 등 경기도 6개 시 주민 대표들이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는 서명부를 9일 행정자치부에 제출하기에 앞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9와 함께 제2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1960년 11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됐다. 그해 12월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읍·면·동·이장까지 직선제로 선출됐다. 그러나 1961년 5·16쿠데타가 발발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해산됐다.

30년 군부를 벗어나려는 1987~88년 민주화 항쟁 이후 지방자치제 관심이 높아졌다.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 노태우 후보는 지방자치제를 공약했으나 당선 뒤에는 입을 닫았다. 1989년 여소야대 4당 구조하에서 야 3당이 지방선거에 합의하고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노태우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같은 해 12월 민정당을 포함한 4당이 모두 지방선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1990년 1월 평민당을 제외한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3당이 합당하면서 이 합의는 실행되지 못했다.

이에 김대중 평민당 대표가 1990년 10월 8일부터 29일까지 지방자치제 재개를 목표로 단식투쟁을 했다. 결국, 1991년 3월 26일 기초단체인 시·군·구의회 의원을 뽑았고, 6월 20일에는 시·도의회 의원을 선출했다. 단체장을 포함하는 본격적 의미의 지방자치제도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6월 27일 동시 지방선거로 시작됐다.

◇지금 하는 게 지방자치제 맞아? = 우리는 1991년부터 기초·광역의회 의원을, 1995년부터 자치단체장을 선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지방자치의 전부일까. 지방의회의 구성과 자치단체장 선출은 자치단체 구성이라는 지방자치의 한 요소이자 형식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를 재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중앙에 종속적이다. 중앙의 행정 기능을 제한적으로 지방에 위임하는 정도다. 정부가 임명하던 단체장을 주민이 선출하고,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 외에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한국 지방자치에 대한 대표적 비유가 '2할 자치'다.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및 사무 배분은 8 대 2 정도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그렇다. 지난 2012년 기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9.3% 대 20.7%였다. 그래서 2할 자치라고 한다. 지자체 자치사무는 사실상 없다. 단체위임사무와 기관위임사무가 주요 사무다. 그 구별도 모호하다. 지자체 예산도 상당량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의존 재원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지방자치를 위해 사무와 재정에서 5 대 5 구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방자치의 한 축인 '주민자치' 영역도 희미하다. 분권을 단순히 행정부처 간 행정권 배분 문제로 이해한다. 현재 지자체 선거권 행사와 극히 제한적인 주민소환·주민투표 정도에 그치는 주민자치의 영역을 예산·인사·감사·의회 감시 등으로 확대하자는 요구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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