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정진홍 교수는 ‘마음의 산업(Mind Industry)’이 일어난다 했다. 그가 주장하는 마음의 산업이란 제5차 산업으로, 농업 등의 1차 산업, 제조업 중심의 2차, 물류 및 서비스의 3차, IT 등 하이테크 중심의 제4차산업에 뒤이은 ‘하이터치(high touch)’산업이란 게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돈을 벌어들이는” 산업이란 것이다.
지난해 봄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첫선을 보인 엽기토끼 ‘마시마로’는 인형제품으로 출발, 450개 품목 1700가지 아이템으로 개발되면서 연말까지 12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3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불법복제품의 매출액까지 계산에 넣으면 하나의 캐릭터가 42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만들어낸 셈이 된다. 올해 해외 진출 계획까지 포함하면 마시마로의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엽기토끼 마시마로는 한 개인의 우연한 착상에서 출발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퇴짜를 맞은 토끼 캐릭터를 회사를 나온 뒤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살려낸 원작자 김재인씨가 그 주인공. 이 사례는 한 사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사회적인 감성주파수와 맞아떨어지면 어마어마한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지난해 사회적인 감성주파수는 다름 아닌 ‘엽기’였다.
‘배가 고파야 진정한 예술이 나온다’는 통념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를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박수근을 봐도 그러하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그들의 불타는 예술혼 때문에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는 1차 산업과 2차 산업이 사회를 이끌었던, 이를테면 ‘필수의 시대’였다. 먹고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식량과 옷가지, 그리고 주택 등을 생산해야 했던 시대였다. 이땐 ‘예술’은 부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예술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당장 먹고사는 데 아무 기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과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필수’가 상당부분 해결된 지금, 시대는 예술의 상품화를 지나 상품의 예술화를 요구하고 있다. 같은 기능(필수)의 제품이라도 디자인(부차)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 같은 맛을 가진 과자라도 어떤 캐릭터상품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매출액이 달라진다. 이미지가 기능을 포섭한 것이다.
예술은 이미 상품화를 피할 수 없다. 예술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작품은 완성 즉시 교환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해서 예술인들은 변화한 시대 속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상품화를 터부시하는 기존의 예술 개념을 고수하기 위해 스스로 주변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범람하는 이미지 속으로 뛰어들어 상품의 예술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주도해 나갈 것인지를.
http://culture.music.or.kr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