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서 꺼낸 이야기]'가정 파탄 책임 공방 아내 때문' 판결 뒤집혀

특정 종교활동이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1·2심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했다.

28살 동갑내기 부부 ㄱ·ㄴ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알게 돼 교제했고, 20대 초반 때인 2010년 아이가 들어서면서 혼인신고를 했다.

아내는 부모 영향으로 '여호와의 증인' 종교를 두고 있었다. 혼인 당시에는 종교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3년 아내가 친정에 다녀온 후 다시 종교활동 뜻을 내비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별거 생활 끝에 결국 남편이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부는 가정파탄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이혼 승인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극심한 성격 차이 또는 종교적 갈등으로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혼인관계 파탄원인이 피고(아내) 귀책사유만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피고 책임이 더 크다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남편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 2명에 대한 양육권에 대해서는 각각 1명씩 돌보는 것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아내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지난 1일 창원지방법원 제1가사부는 '이혼 불허' 결정을 내리며 아내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거나, 계속된 혼인생활이 원고(남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아내)가 가정생활에 지장 없는 한도 내에서 1회 2시간씩 주 2회 정도 종교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별거 기간에도 정상적인 부부와 같이 서로 걱정하고 배려하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점 △아이들 복리를 위해서는 부부의 적절한 보살핌 아래 성장하는 것이 간절히 요구되는 점 △부부로서 애정·신의·인내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호하며 혼인생활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종교적 갈등은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설령 가정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신앙생활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양자택일을 강요한 원고에게 주된 귀책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책임을 남편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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