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천테마파크 옆 도로 건설 위해100년 넘은 공방 철거 강제집행…윤이상 생가터도 편입 시민 반발

경남 통영시가 도로를 낸다며 삼도수군통제영 12공방 중 하나인 중요무형문화재 장인 공방을 철거하려 해 시민 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서울 마포 을)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이 지난 5일 현장을 방문해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해당 공방은 조선시대 이후 100년을 넘게 소반장 공방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소반은 밥이나 차를 놓는 작은 상 같은 것으로 예술성이 탁월해 최고의 '조선 명품'으로 통한다. 12공방은 조선시대 통영에서 전통 갓·농·부채·장식·나전칠기 등 공예품을 생산하던 12곳을 말한다.

이 공방은 통영 소반 명인 고 추웅동(1912~1973) 선생과 그의 아들 중요무형문화재 99호 추용호(66) 소반장의 집이자 작업장이다.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오른쪽 둘째) 의원과 정청래(맨 오른쪽) 전 의원이 5일 통영시 도천동 추용호(가운데) 소반장 공방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독자

이 공방 바로 옆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작곡가 윤이상 선생 생가 터가 있다. 문제의 도로는 도천테마파크와 뒤 폭 8m 길이 177m로 계획돼 있다. 1970년대 계획되고 2011년 착공했다.

현재 공방 건물을 중심으로 30m 정도를 제외한 좌우 양측 147m 구간 공사를 끝냈지만 도로 한가운데 추 소반장 공방과 윤이상 선생 생가 터가 있다. 통영시는 올해 안에 이 도로를 완전히 개통할 계획이다.(지도 참고)

반면 추용호 소반장은 공방 철거를 시도하는 통영시에 맞서 2014년 명도 소송을 벌이는 등 힘들게 싸웠다. 결국 1·2심에서 패소하면서 소유권이 시로 넘어갔다. 이렇게 되자 법원과 통영시는 지난달 30일 도천테마파크 2차로 완전 개통을 위해 공방 물품을 들어내는 등 강제집행을 했다.

이 집행으로 쫓겨난 추 소반장은 공방 앞에 천막을 치고 '먹고 자기' 시작했다.

공방이 철거되면 윤이상 선생 생가 터도 도로에 편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이상 선생 생가 터는 2014년 종교계와 시민 사회 반발로 통영시가 생가를 우회하는 방법을 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관계자는 2014년 입장과 달리 "(윤이상 생가터) 도로 우회 안은 당시 결정된 내용이 아니었다"며 "공방 철거도 적법한 절차"라는 견해다.

추 소반장은 기막혀했다. 그는 "내 혼과 육신이 허물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과 사회단체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 강모 씨는 "이 상황이 통영시의 문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통영환경운동연합 등은 "공방을 지키고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영 명예시민이기도 한 손혜원 의원은 이날 현장에서 "있는 힘을 다해 공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앞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공방과 관련 "130년을 한 곳에 살며 지켜온 전통의 진짜 흔적을, 길을 낸다는 명목으로 밀어버리려 한다. 문화재청은 눈 감고, 통영시청이 앞장선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잘 판단하라"고 썼다.

손 의원은 2006년 통영시 상징물 개발을 위해 통영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때 통영을 대표하는 문화재를 홀대한다며 호통쳤던 나전장 송방웅 선생을 만나면서 나전칠기와 인연을 시작했다. 손 의원은 이후 통영 나전칠기 등 조선시대 유물까지 포함해 300여 점을 수집했다.

한편 통영 소반장 공방은 문화재로 지정된 장소는 아니지만, 중요무형문화재 추용호 씨가 대를 이어 소반장을 만들어온 역사적 장소로 상징성이 있다는 견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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