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에는 정말 제 이름이 걸린 치킨집이 생기지 않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치킨집은 약 3만 6000곳으로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다. '기승전닭'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너도나도 치킨집에 뛰어드는 이때, 겁도 없이 미래의 CEO를 꿈꾸며 23살의 나이로 치킨집을 창업한 '창업 새내기'가 있다.

전희진 씨는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서 '또봉이통닭'이라는 치킨 체인점을 운영 중이다. 같은 골목에 있는 많은 치킨집 중에서도 꽤 장사가 잘 된다. 어떻게 그 치열한 경쟁에서 나름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을까?

머릿속에는 오로지 창업만

"학창 시절부터 공부보다는 창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일단 대학에 진학했죠."

4년 동안 경남대학교 앞 번화가인 댓거리를 주름잡으며 '화려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사교성이 특출나 학생들과의 교우가 두터웠다.

"많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두둑한 뱃살을 얻었어요(웃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학과 부회장을 하기도 했고 교수님들께도 넘치는 사랑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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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진 씨./이종현 기자

전 씨는 학업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큰 수술을 하셨어요. 부모님께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 싶었죠. 그래서 학과 활동과 공부를 열심히 병행했더니 졸업 때까지 2300만 원 정도의 장학금을 받았어요. 그때 기뻐하시는 부모님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학업과 교내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업을 하기 위한 '기초공사'를 착실히 해나갔다.

"방학이나 강의 이후 시간을 활용해 정말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시작해서 통신업, 패스트푸드, 야구장 매표 알바, 카페 서빙, 가게 주방 설거지, 치킨집 등 미래를 위한 준비라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저한텐 그 아르바이트가 스펙이고 경험이었잖아요."

전 씨는 인턴 경험도 있었다. 학과에서 추천하는 방학 인턴 경험으로 'VJ특공대' 인턴을 위해 서울로 갔다.

"잠깐 '그냥 취업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래서 마침 방학 때 학과에서 추천하는 인턴 활동에 덜컥 지원 했죠. 그곳에서 또 다른 인생을 배웠다고 해야 하나? PD, 작가, 스텝 등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분들의 열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역시 저의 길이 아닌 것을 알았죠."

대학생활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때 사귀었던 선·후배들이 전 씨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초반에 대학 선·후배와 동기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사진을 찍어 SNS 홍보도 해주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응원도 해줘서 더 힘이 났죠. 어제는 교수님 2명과 학생 4명이 가게에 찾아왔었는데 마침 테이블이 만석이라 얼마 못 드시고 비켜주셨어요. 다음에 서비스 많이 드린다고 꼭 다시 오시라고 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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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진 씨./이종현 기자

순탄하지는 않았던 창업, 하지만 현재는 탄탄대로

전 씨에게는 창업해서 장사를 시작하는 과정보다 더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창업을 결심하고 어떤 업종을 할까 고민하다 치킨집이 생각났어요. 유행보다는 사람들이 무난하게 찾는 것을 하고 싶었죠.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취업 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셨죠. 하지만 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올해 1월 아버지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첫 창업으로 '또봉이통닭'이라는 다소 생소한 치킨 체인점을 선택했다. 가격은 한 마리에 8900원부터다. 최근 물가가 상승하면서 한 마리에 1만 8000원 하는 브랜드도 있는 것에 비하면 경쟁력이 있다.

"저가이면서 맛도 좋은 치킨 체인점을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찾아낸 체인점이 바로 '또봉이통닭'이죠."

똑부러져 보이지만 대학을 갓 졸업하고 그 힘든 창업을 실행하기가 쉬웠을까. 하루에 한 번씩은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고 했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새로운 시작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어요. 정말 쉽지 않은 길이잖아요. 수없이 많이 고민했죠."

고민과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난 후 가게를 오픈하기까지는 정말 물 흐르듯 진행됐다. 특히 아버지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한다.

"허락을 받고 거의 2주 만에 가게를 오픈했어요. 반대했던 게 많이 미안하셨는지 아버지가 인테리어부터 계약까지 같이 발 벗고 나서주셨어요. 창업비용을 마련하는 데는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저축한 돈과 청년창업대출을 이용했죠. 현재 매출은 월 2000만 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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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봉이통닭 가게 입구./이종현 기자

친절과 센스 그리고 새로운 메뉴 개발

요즘은 여러 가게들이 SNS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전희진 씨는 달랐다. 자신의 전략은 친절과 센스라고 한다.

"저희 가게는 딱히 특별한 마케팅이나 전략이 없어요. 그래서 전 고객을 응대할 때 친절은 기본이고 센스 있게 대처해요. 학창 시절 부회장이란 직책 덕분에 신입생과 교수님의 중간 통로 역할을 했어요. 그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오해가 있는데 제가 양쪽의 입장을 잘 중재했죠. 그때의 경험을 통해 친절하고 센스 있게 응대하는 요령을 터득하지 않았나 싶어요."

전 씨의 가게는 단골 고객들이 많다. 단골 고객들은 가게에 계속해서 다른 메뉴를 요구했다. 그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신메뉴를 생각하고 개발한다.

"치킨집이다 보니 안주가 오로지 닭이니까 느끼할 수가 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손님이 매운 치킨을 개발해 보라고 했어요. 그때 메뉴를 차별화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죠. 그래서 '불봉이통닭'이라는 음식을 개발했어요.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현재는 메뉴 개발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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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진 씨./이종현 기자

전 씨는 맛에 자신감이 넘쳤다. 기존의 메뉴에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더해 맛을 향상시켰다.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기본 메뉴에도 저희만의 레시피를 추가해요. 특히 '똥집 튀김'에는 파, 땡초, 마늘을 같이 튀겨드려요. 그래야 느끼함을 줄일 수가 있거든요."

마지막 꿈은 '희진이네통닭 CEO'

거리를 살펴 보니 한 골목에만 치킨집이 6개가 있었다.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 씨의 전략 아닌 전략이 먹혀들었다.

"한 골목에만 치킨집이 6개에요. 다들 매장도 크고 유명 브랜드도 있죠. 근데 저희는 테이블이 5개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빈자리가 없어요. 근데 손님들은 '여기가 맛집인가 보다' 생각하세요. 저희는 사실 작게 시작하려고 한 건데 '도계동 대박집'이라고 유명해지게 됐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전략 아닌 전략이 된 거 같아요."

전 씨는 거창한 경영관을 주장하지 않았다. 요식업을 마음먹은 순간부터 생각했던 딱 3가지면 충분했다.

"친절, 청결, 변하지 않는 맛. 이것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가게에 항상 단골로 오셨던 막걸리집 사장님은 얼마 전에 상남동에 '또봉이통닭'을 창업하셨어요. 저한테 참 착하고 친절하다고 항상 며느리 하자고 하시는데 고민 중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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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를 하는 전희진 씨./이종현 기자

그의 최종 목표가 궁금해졌다.

"사실 치킨집을 생각했을 때부터 제 이름을 건 치킨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메뉴가 가장 중요한데 앞서도 말했듯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어요. 직접 고객과 소통하고 연구하다 보면 20년 후에는 정말 제 이름이 걸린 치킨집이 생기지 않을까요?"

취업이 어려운 이 시대에,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다. 창업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질문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막연한 생각으로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이 취업이 안 된다는 핑계로 창업을 생각하는데 약간 도피 식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창업도 정말 치열하고 힘들거든요. 그래서 정말 열정이 있는 분들이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죠. 젊음이 최고의 무기라고 하잖아요. 취업도 창업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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