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맘대로 여행] (81) 경기 이천세라피아·설봉공원·이천쌀밥

◇도자기 테마파크 '이천세라피아'

조선왕조의 도읍이었던 한양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경기도 이천은 왕실과 양반들이 즐기던 고상하고 단아한 문화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온천과 함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자기다. 좋은 물과 질 좋은 점토를 가진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청동기시대부터 토기를 제작했던 곳이다. 이천은 지금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도예가가 밀집해 있단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진 '이천도자기축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리는 그곳에 상시 운영되는 이천세라피아(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697번길 167-29)가 자리하고 있다. 이천세라피아는 세라믹(Ceramic)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이름 지은 도자기 테마파크다. 도예가들의 쓰지 않거나 하자가 있어 팔 수 없는 B급 상품,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 파편 등을 재활용해 야외환경을 조성했다.

이천세라피아 세라믹스창조센터와 한국도자재단 마스코트 토야.

도자기 테마파크답게 세라피아의 벤치, 테이블, 화장실, 건물, 호수 등 모든 건물 인테리어 및 아웃테리어는 도자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신록을 벗 삼아 흙으로 빚어낸 신비로운 도자기들을 감상하고 직접 빚어볼 수도 있는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길이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소리나무는 청아한 바람 소리를 들려주고 시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사색의 길은 느릿느릿 생각의 끝을 늘어뜨린다.

도자를 소재로 삼아 곳곳을 꾸며놓았다.

구미호와 구미정을 마주하고 자리한 세라믹스 창조센터는 세계 도자예술의 흐름과 경향을 볼 수 있는 도자전문 미술관과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창작 레지던시와 공작소, 체험시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공예품 감상과 함께 공예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유독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 치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유리공예 과정. 긴장감에 침묵이 흐른다. 뜨거운 가마와 작업대를 수백 번 오가며 한 땀 한 땀 빚어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한국도자재단의 마스코트 '토야(TOYA)'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인 '토야지움'은 전시공간이 좁아 빛을 보지 못하고 수장고 안에 갇혀 있던 작품들을 전시하려고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싱그러운 초록 속에 정갈하게 놓인 장독들.

◇조각작품·기암괴석·유적 다양한 설봉산성

세라피아를 벗어나면 세계 38개국 유명 작가의 조각작품이 세워져 있는 이천의 대표적인 설봉공원을 만날 수 있다. 기암괴석과 약수터 설봉산성과 영월암 등 유적들이 다양해 여느 공원과는 다른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날씨 좋다 너처럼. 좋아해. 보고싶다. 응원할게. 걱정 말아요. 그대' 등 누군가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는 것 같은 다정한 문구들이 위로를 준다.

다양한 작품과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 산책하기 좋다.
세계 유명 작가들의 조각작품이 가득한 설봉공원.

◇임금 진상미로 유명한 이천쌀 맛보기

이천은 토질이 비옥하고 수리시설이 잘 돼 있어 논농사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천쌀은 조선조 성종 때부터 임금 수라상에 진상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기름기가 많아 밥맛이 좋고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란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에서 3번 국도변에 들어서면 임금 진상미로 유명한 이천쌀 전문 식당들이 있다. 이천시가 인증한 '쌀밥 집' 푯말을 세워놓은 식당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자리 잡고 수라상을 기다리면 된다. 끼니때를 훌쩍 넘겨도 약간의 기다림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수십 가지 푸짐한 반찬이 가마솥에 담긴 이천 쌀밥과 함께 올라온다. 떡갈비를 중심으로 한 갖가지 반찬에 젓가락이 먼저 반응하지만 헷갈리면 안 된다. 구수한 향을 품고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이천 쌀밥이 이 상의 주인공이다. 뜨뜻한 물을 부어 누룽지까지 먹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흙냄새와 쌀 냄새가 어우러진 이천 여행은 오감이 먼저 반응하는 추억을 남겼다.

보기만해도 배부른 이천 쌀밥 한상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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