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SBS <대타 맞선 프로젝트-엄마야〉
시종일관 스펙·재력 감별…물질 만능주의 부추겨 씁쓸

'엄마가 딸의 남자친구를 대신 찾아준다?'

지난달 31일 SBS <불타는 청춘> 대신 파일럿 예능 <대타 맞선 프로젝트 - 엄마야>(화 밤 11시 10분)가 방송됐다. SBS 간판 맞선 프로그램이었던 <짝> 폐지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맞선 프로그램이다.

아직 인연을 찾지 못한 딸들을 위해 엄마들이 대신 소개팅에 나서 딸의 남자친구를 찾아주는 형식이다.

딸들은 블라인드 뒤에 숨었고 엄마가 소개팅 상대 앞에 섰다.

짝짓기 프로그램 전성시대에도 가족이 등장한 적은 있었으나 엄마가 전면에 나선 것은 우선 색다른 시도라 해두자.

엄마들은 "좋은 사윗감을 찾으려고 나왔다. 남자 보는 눈은 내가 한 수 위"라며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한 엄마는 좋은 사윗감을 고르려고 관상 공부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딸들은 "내 짝 잘 찾아줘." 뭐 이런 이야기로 장단을 맞춘다.

보지 않아도 짐작 가능했고 그래서 예상을 빗나가기를 바랐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솔직함'과 '딸 바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결국 스펙과 재력으로 남자를 감별해내는 데 엄마들의 관심은 집중됐다.

고급 승용차를 모는 남성에겐 "아빠 차를 빌려 탄 거냐?"라고 직설적으로 묻고, 연매출이 얼마냐고 서슴없이 질문한다.

남자들의 스펙 자랑 이후 바로 첫인상 투표로 넘어갈 때쯤 과연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기획의도를 전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기기 충분했다.

남녀가 평생 같이 살 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그 인연의 시작을 당사자가 아닌 엄마가 나섰다는 것은 예능적 재미를 위한 색다른 필요조건이었다고 십분 양보해도 시종일관 딸의 인연을 찾는다기보다는 재력을 감별하는 데에 매의 눈을 동원했던 엄마들의 모습에선 씁쓸함마저 느껴졌다.

물론 한 엄마가 초지일관 마음에 들어 했던 사윗감을 딸이 거절하면서 결국 당사자인 딸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엄마와 소개팅 남자의 대화는 직업과 능력을 알아내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억하는가. 오직 결혼하고 싶은 짝을 찾는 데 존재 목적이 있던 '애정촌'에서 펼쳐지는 남녀상열지사를 담아냈던 <짝>.

순수한 의도로 시작됐던 <짝> 역시 프로그램이 계속될수록 스펙, 외모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며 온갖 잡음과 문제를 발생시켰고 결국 폐지 절차를 밟았다.

그나마 <짝>은 교감을 나눌 당사자들이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이라도 보냈지만 <엄마야>는 상대적 박탈감과 물질 만능주의 세태를 부추기는 데서 한 치 앞도 나아가지 않았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또! 오해영>에는 사춘기 시절부터 '예쁜 오해영'과 비교돼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는 '그냥 오해영'이 있다.

그런 해영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엄마 황덕이(김미경)가 있다.

결혼 전날 파혼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된 후 덕이는 "남녀관계에서 정 짧고 의리 없는 인간이 제일 최악인데 내 딸이 좋은 짝이 되긴 글렀구나, 그게 더 미치겠던데 그건 아니라니 마음이 놓여"라며 딸에게 응원과 신뢰를 보냈다.

엄마의 역할을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가교가 아닌 진열된 상품 중 화려함으로 선택하도록 부추기는 듯한 구성은 신선함 대신 아쉬움을 남겼다.

세태의 반영이라기보다는 그저 재미를 위해 강요된 불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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