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주민소환 위기 등 도정 안팎 악재 산적한데도 '빚 0원'치적 홍보로 존재감

1년여 전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고 이 여파로 검찰에 기소된 후 새누리당 당원권까지 정지되면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대권 행보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전만 하더라도 홍 지사는 공공연하게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왔고,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다음으로 당내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 영향으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경남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그의 '대권 도전 포기'는 기정사실화된 듯했다. 당내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여론조사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서도 매번 꼴찌를 기록해온 것도 부담이 됐을 법하다.

여기에 더해 오는 7월이나 8월께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투표'가 발의되면 직무 정지가 불가피하며, 경남도청 산하기관과 공무원이 연루된 허위 서명 소동으로 홍 지사의 최측근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점도 악재 중 악재다. 또 오는 7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이 어떻게 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1일 오전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채무 제로 선포식에서 홍준표 도지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내·외부적 상황은 도지사 수행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지만, 최근 또다시 홍 지사의 대권 도전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정가 일각에서도 그의 이름이 호명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남도는 '채무 제로' 성과를 적극 알리고 있고, 홍 지사 자신도 이를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선전하고 있다. 쓸 돈을 쓰지 않고, 더욱이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일선 시·군에 교부금을 배부하지 않고 있다는 논란이 비등하지만, 어쨌든 '채무 제로' 성과를 홍보하고 관련 이벤트도 속속 개최할 계획이다. 때를 같이하여 그동안 언론 접촉을 꺼려왔던 홍 지사가 출입기자 간담회를 여는 한편 간간이 인터뷰에도 응하는 모습이다.

경남도는 또한 2일(오늘)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대대적인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고 채무 제로 성과는 물론 '경남 미래 50년 사업' 성공 추진 로드맵 등을 홍보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홍 지사가 직접 참석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 이후 정치권에서 대권 구도가 꿈틀거리는 것도 홍 지사의 움직임에 탄력을 주는 듯하다. 반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한계와 변수 등도 무수하게 언급된다. 아무튼 반 총장이 대권 뇌관을 건드린 건 분명하고 이를 기점으로 여야에서 잠룡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외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대선판을 흔들 잠룡으로 거론된다. 야권에서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부겸 의원 외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부각되고 있다. 즉 광역단체장인 '남경필, 원희룡, 박원순, 안희정'의 부상으로 말미암아 일각에서 자연스럽게 '홍준표는?'이라는 움직임이 나오는 셈이다.

이러한 시기와 맞물려 홍 지사는 '채무 제로'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부분 광역단체장이 중앙정부를 향해 지방재정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경남도는 이 같은 요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보유한 자원을 활용해 채무 제로를 달성했기에 참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원순, 안희정, 남경필, 원희룡은 협치의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면 홍 지사는 정반대 케이스고, 오히려 권영진 대구시장이나 김기현 울산시장 이런 분이 협치의 리더십을 보인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군으로 추가되는 게 타당하다(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중 김태일 교수)"는 반론 역시 정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홍 지사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오는 7월 유·무죄를 판가름 지을 1심 선고와 직무 정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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