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프리마켓의 상업화

프리마켓(free market)은 벼룩시장을 의미하는 플리마켓(flea market)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프리마켓은 중고 물품을 취급하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성격에서 참가자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이며 '나'를 표현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의 성격으로 바뀌었다.

프리마켓은 육아에 지친 주부에게는 공감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조금이나마 가계 수입을 늘릴 수 있는 활력의 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육아 카페를 중심으로 프리마켓을 남발하면서 매장을 둔 사람들도 판매만을 목적으로 참여해 변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원 길마켓, 진주 어슬렁마켓, 김해 순수벼룩시장·바라마켓 외에도 줌마렐라·애기똥풀·맘스베베 등 육아 카페를 중심으로 지역에서는 프리마켓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프리마켓이 창원에서만 월 20회 이상 열릴 만큼 시장이 확대됐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핸드메이드 핀, 석고방향제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임승주(38·창원시 의창구) 주부는 한 달에 많게는 10회 이상 프리마켓에 판매자(셀러·seller)로 참여한다.

임 씨는 어린 아이 때문에 일정을 조율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창원지역에서만 한 달에 20회까지 프리마켓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는 "1년 전만 해도 비정기적으로 열리던 육아 카페 프리마켓이 한 달에 2~3번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런 카페가 3~4개인 데다 진동, 북면, 내서 등 외곽 지역에서 소소하게 열리는 프리마켓까지 포함하면 시장이 아주 커졌다"고 설명했다.

프리마켓 시장이 확대하면서 판매만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셀러도 늘고 있다. 창원지역 내 매장을 두고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점포에서 프리마켓에 참여해 로고가 적힌 차량 앞에서 홍보·판매하고, 보세 옷가게를 운영하면서 매장 옷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셀러가 있다. 중고시장에서 물품을 사와 재판매하는 행위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창원 길마켓을 주최하는 녹색창원21실천협의회 이종훈 사무국장은 "프리마켓은 버스킹 공연과 같다고 본다. 자기 재능을 알리고 반응을 확인하는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 돼야 하지만 판매가 목적인 이들로 변질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과도기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아니라고 본다. 프리마켓이란 용어를 가져다 쓸 뿐 자원순환, 아트 마켓 등의 개념과 전혀 다르다"며 "육아 카페에서 이벤트적 요소를 강화하면서 방향을 잘못 잡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김해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개최한 '시민과 함께하는 프리마켓'이라는 주제 포럼에서는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은 프리마켓 질서 확립을 위해 '프리마켓협회'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해사회적경제네트워크 오재현 대표는 "김해는 6개 프리마켓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횟수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익이냐 상업이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처음 취지에서 퇴색된 프리마켓이 있다. 매장이 있는 셀러도 지역민이고 소상공이다보니 지적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등 보완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맘 순수카페 신지원 대표는 "우리 프리마켓은 엄마들이 즐기는 작은 축제로 시작됐다. 프리마켓을 주최하면서 셀러들이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지 처음에는 알기 어렵고 규제도 쉽지 않다. 경남지역이 유독 프리마켓이 활발한데 현 흐름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핸드메이드 상품을 구매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장으로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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