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창원 안민고개 '어린왕자' 부산 감천마을 베끼기 논란

경남 창원시가 진해구 안민고개 만남전망대에 설치한 '어린왕자' 조형물이 부산 감천문화마을 조형물을 베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창원시는 총사업비 3억 5000만 원가량을 들여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안민고개 만남전망대 공사를 진행했다. 시는 옛날 진해에서 창원으로 시집간 부녀자들이 안민고개에서 가족을 만났다는 데 착안, 전망대를 설치했다.

시는 또 용역을 통해 전망대에 어린왕자와 여우가 진해만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본뜬 조형물을 설치했다. 지난 23일에는 창원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페이지인 '창원광장'에 조형물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있는 어린왕자 조형물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감천문화마을 어린왕자 조형물은 마을 상징이 될 만큼 인기가 있다.

창원시 진해구 안민고개 만남전망대에 있는 어린왕자 조형물./최환석 기자
부산 감천문화마을 조형물./부산 사하구청

한 누리꾼은 댓글에서 "감천문화마을 어린왕자 원작자에게 허락도 안 받고 무단으로 만든 조형물"이라며 "창작물이 무단 도용되는 현실이 너무 싫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예술계 관계자도 도용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김모(41) 씨는 "글에 비유하면 표절인 셈"이라며 "같은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콘셉트가 감천문화마을에 있는 조형물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작권 인식이 미흡한 데서 오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만남전망대 조형물과 감천문화마을 조형물은 둘 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 어린왕자 곁에 여우가 함께 있는 모습도 같다. 반면 감천문화마을 조형물은 어린왕자가 앉아있고, 만남전망대 조형물은 서 있는 형상이라는 데서 차이가 있다.

만남전망대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감천문화마을 조형물을 봤지만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며 도용과 관련해서는 "워낙 어린왕자가 잘 알려져 있다보니 베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시는 감천문화마을 조형물을 베낀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창원 중앙여고 인근에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벽화 거리가 있고, 어린왕자 캐릭터가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판단에서 설치하게 됐을 뿐 감천문화마을 조형물을 베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감천문화마을 조형물이 앞서 저작권 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전해지면서 법적 공방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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