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이 미팅? 현실 외면한 이벤트…'실효성 없다'비난 속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결혼·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로 내놓은 남녀 단체 미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 당사자인 미혼 남녀는 "우리가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남녀가 만날 기회가 적어서가 아니라 결혼 후 삶이 더 팍팍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30만 2828건)는 2003년(30만 2503건) 이후 최저치였다. 경남은 지난해 결혼한 쌍이 1만 8671건으로 2007년(2만 1555건) 이후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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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진주시에서 개최한 '인연 만들기' 행사./경남도민일보DB

혼인율이 최저인 데는 △결혼에 따른 초기비용 부담 △취업난 △출산·양육 어려움 등으로 추정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 333명 중 39.5%, 여성 응답자 1090명 중 34.2%가 각각 '결혼 비용이 너무 비싸서'와 '출산·양육 부담이 커서'를 결혼을 늦게 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는 결혼·출산 장려 정책으로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남은 경남도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가 공동으로 '경남 미혼남녀 사랑 만들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13회 열렸으며 올해는 지난 4월 1차 행사가 진행됐다.

미혼 여성인 ㄱ(32) 씨는 지자체가 나서서 단체 미팅을 주선하는 것을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ㄱ 씨는 "경북 구미에 사는 친구가 어쩔 수 없이 지자체가 주최하는 '미혼남녀 싱글탈출' 행사에 참여했다. 참여 인원수가 미달했던지 직장 상사가 '공문이 왔으니 결혼도 안 하고 애인도 없는 네가 나가라'고 해서 억지로 나간다는 거였다"면서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라 본다. 어떻게든 행사는 해야겠고 지원자는 없으니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미혼 남성인 ㄴ(35) 씨는 "공무원인 지인은 공무원 여성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나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스펙이 달리면 참여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또 행사가 끝나면 지역신문에 꼭 실리던데 얼굴이 공개되는 게 싫다"고 말했다.

김지현 경남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미혼남녀가 만남의 기회가 부족해서 연애와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다. 결혼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안정적인 일자리, 주거비용 지원,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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