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창원아시아미술제 들여다보기…취업·사회관계·경력단절 등 청년 문제 꼬집은 작품 많아

창원미술청년작가회 주최로 내달 5일까지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6 창원아시아미술제'. 올해는 미술제 예산이 줄면서 전시감독 없이 청년 작가들이 직접 미술제를 구성했다. 미술제를 여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선택한 길. 어떻게 청년작가들의 진심을 드러냈을까.

◇시작부터 색다르게 = 지난 26일 성산아트홀 입구에서 창원아시아미술제 여는 행사가 개최됐다.

젊은 음악인 두 명이 축사 전·후로 공연을 했다. 치유음악가 '봄눈별'이 북아메리카 원주민 피리로 고요한 음악을,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이름을 쓰는 음악가 '한받'이 흥을 돋우는 춤과 노래 무대를 선보였다. 두 음악가는 모두 어려운 여건에서 예술을 하는 삶을 이야기했다. 봄눈별은 공연 후 "돈이 아니라 예술로 더 아름다워지는 삶이 됐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창원시,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 미술협회 관계자 등 내빈이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의 예술은 가난이 동력이야', '우리 예술이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돈만 아는 저질' 등의 가사가 담긴 자작곡을 흥겹게 불렀다.

창원 성산아트홀 1층 로비에 전시된 권수경 작가의 '배꼽인사 하세요' /우귀화 기자

◇청년 문제 부각해 다뤄 = '청춘본심'이라는 주제에 맞게 어느 때보다 올해는 청년을 소재로 한 작품이 두드러졌다. 1층부터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청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청년 예술가들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1층 제1·2전시실은 노순천 큐레이터(작가)가 '투 잡(TWO JOBS)'이라는 제목으로 카와타 츠요시, 유창환, 정찬우, 최수환 작가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예술을 하고자 다른 일을 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유창환 작가의 '나이트 클럽' 작품이 인상적이다. 대기업 재벌, 북한 세습 정치인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회화 작품을 나이트 클럽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볼 수 있다. 작품에 풍선을 붙여두고 모형 총으로 쏘아서 터트릴 수 있게 했다. 조각 작품도 바닥에 내팽개쳐 있다. 유 작가는 "한반도 시장자본주의 등의 병폐 속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했다. 참여형 전시인 이 작품은 마지막에 '나로부터'라는 문구만 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층 제4전시실에서 박미 큐레이터가 기획한 '하이드 앤드 식(Hide and Seek)'이라는 제목의 전시에서 권수경 작가의 '스마일 패러다임'(smile paradigm), '배꼽인사 하세요' 작품이 눈에 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늘 우울해하는 증상인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표현했다. '배꼽인사 하세요'는 1층 로비에도 전시돼 있다. 권 작가는 "많은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밝은 모습의 가면을 쓴다. 감정을 보이지 않게 눈과 얼굴은 무채색으로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직장 등에서 겪는 모습을 인물 조각으로 표현했다.

지난 26일 2016 창원아시아미술제 오프닝 공연 모습.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돈만 아는 저질' 등의 노래를 불렀다.

장혜원 작가의 신입 사원 면접 모습을 담은 '지원자의 고백' 영상과 정주희 작가의 '읽기 연습' 영상은 사회에 발 딛고자 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6전시실에서 장건율 큐레이터가 기획한 '독립운동' 전시에서 김수정 작가의 '소외된 경력들'이라는 작품은 청년 실업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사람들은 취업준비생, 알바생 등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력을 가진 이들을 나타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문화단체 소개도 = 지역에 뿌리 내린 청년 문화 단체를 알리는 기획도 준비됐다. 제3전시실에서 감성빈 큐레이터는 '청년문화조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창원에서 활동하는 청년문화단체들을 소개한다. 캘리그래피를 제작하는 '캘리공장'이 제작한 앨범 재킷, 영상 작품, 미술 서적 전문도서관인 '알렙'의 책, '공공미디어 단잠'이 제작한 <통영오광대> 3D 작품, 문화사업단 '길모퉁이' 아트 콘서트, 그림책 출판사 '콩밭'이 제작한 책 등을 알리고 있다.

6월 2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아트 토크도 열리고 있다.

유창환 작가의 '나이트 클럽'

◇국제미술제로 보기엔 '부족' = 이번 전시는 전체적으로 청년이 기획해 청년을 주제로 한다는 취지에 맞게 전시가 준비됐다. 그야말로 야생성이 살아있다. 하지만, 매해 지적됐던 '아시아' 미술제라는 타이틀에는 부족한 부분이 엿보인다. 인도, 대만, 일본 등의 작가가 초대됐지만, 대부분 영상, 드로잉 작품 등에 한정됐다. 구색 맞추기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창원아시아미술제 사무국 관계자는 "작가들이 진심을 다해 작품을 설치하고 준비했다. 있는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청년을 보여주는 내용이 탄탄한 전시다. 지난 미술제보다 규모가 작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운송비 등 예산 측면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 작가를 대거 초대하기가 어렵다. 국제행사로 미술제가 커졌는데, 내실을 기하고자 '아시아'라는 타이틀을 빼는 것도 고려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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