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와 도청 출입기자들이 식사를 같이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소위 오찬간담회는 엄격한 의미에서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사전에 비보도 약속을 전제로 허심탄회하게 도정 전반에 대한 국후담을 털어놓기도 하고 또 기자들의 현장담을 귀동냥해 시중에 묻혀있는 여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비보도 약속이 없었다하더라도 음식과 음료가 오고가는 열린 분위기 탓으로 약간은 원색적인 대화를 주고 받거나 비망록에나 적혀있을 법한 사적 한담을 들춰보이기도 한다.

홍 지사는 전에도 '개가 짖어도'라는 말을 동원함으로써 격과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비속 어휘라는 평가를 받아왔거니와 이번에도 도지사 주민소환과 관련한 언급에서 '이런 개 같은 경우' 운운으로 기분이 상하면 여전히 속되고 거친 말을 마다않는 정체성을 드러냈다.

또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으로 구속된 측근들을 빗대 '내 새끼냐(내가 사과하게)'하는 조의 비하어를 써가며 자기변명의 합리화를 도모하기에 바빴다. 학교 무상급식의 완전회복을 바라며 지사 주민소환에 나선 도민을 향해서는 배은망덕이라는 말로 화풀이하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무상급식과 주민소환은 도의 다른 정책사업이나 행정업무와 비교 상쇄돼 처리될 수 있는 품목이 아님은 자신도 알고 공무원들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하나 주고 하나 받는 관계라도 되는 양 도민을 싸잡아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로 꾸짖고 있으니 도민을 부하직원으로 착각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학교급식을 파탄내고 학생복지를 위축시킨 책임당사자로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간담회 석상에서의 일이라 필요 이상 확대 해석할 이유는 없다해도 기회만 되면 터져나오는 홍 지사의 색깔론과 이분법의 잣대가 그 배경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도 주민소환을 좌파의 문제로 단정함으로써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거나 비판하는 세력을 적대시하는 경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 같은 편향된 정치관이 경남 사회를 갈등과 불통으로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가. 이제 균형감을 갖춰 도민통합을 위해 헌신하는 리더로 거듭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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