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점심, ㄱ·ㄴ과 나 셋은 추어탕을 먹었다. ㄱ은 직원 200명 정도이던 거제 대형조선소 협력사 간부, ㄴ은 일 때문에 거제에 온 통영 조선소 직원이다.

ㄴ의 회사는 수천 명이 떠나고 이제 1명뿐이다. ㄱ의 회사는 직원 책상 전기를 끊는 등 파산관재인 탄압에 현재 3명이 남았다.

"수천 명이나 됐는데. 두 사람 회사 다 합쳐도 다섯 명이 안 되네."

우리는 껄껄대기만 했다. 그날 나는, 거제상공회의소에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조선소 협력사 대표단 간담회를 취재했다.

그 자리서 내가 느낀 통영 조선소 기시감은 '답답함' 같은 거였다. 그리고 내가 찍었던 옛 삼호조선 앞 노란 민들레…. 통영 조선소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은 파산과 파산이 결론이었다.

지금 거제시는 뻥튀기된 위기 분위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우중충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하루는 추어탕을 먹고 하루는 찌개를 먹으며 식당도 함께 살고자 한다 했다.

책임은 꾸준히 위기 대응을 요구한 노조와 노동자들이 '덤터기'를 쓸 것이고 경영진은 빼도 박도 못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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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의 더 큰 책임자인 은행은 숨고 실질적 은행 소유자이자 낙하산 주범, 부실의 정점인 정권은 반성이 없다.

그날, 간담회에서 하소연을 듣던 한 국회의원이 "하고자 하는 말씀이 뭔가요?"라고 했다. 협력사 대표의 자살 상황 등을 말하는 자리가 '요점 정리부터 잘해야 한다'는 것을 '딱' 깨닫는 순간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조선·해운업 위기를 막지 못하면 다음은 철강과 자동차다." 올라갔으니 정부에 똑바로 알려줬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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