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 (3)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가다

오직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전통시장에 가게를 낸 청년들이 있다. 전주시 남부시장 2층의 '청년몰'에 모인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청년몰은 시장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한 실내 장식과 개성 넘치는 제품이 가득하다. 전통시장에 새로운 문화를 만든 전주 청년몰 젊은 사장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남 지역 청년들도 자신의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한다.

모양도 종류도 다양한 멋스러운 주머니와 순 우리말 엽서 등을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가게 '새새미'의 창업자 이혜지(27) 씨. 이 씨는 청년몰에 입점하고자 어떤 것을 상품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전주 고유의 역사와 전통적인 특성이 담긴 '주머니'라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이혜지 씨

"여행을 하며 지역적인 특색이 있는 제품들을 보았는데, 전주에는 그런 것들이 아직 없다고 느꼈어요. 젊은 청년들이 복주머니를 들고 다니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씨는 또 "주로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지난해 가게에 들렀던 손님들이 올해도 찾아와 격려해주기도 한다"며 "앞으로 좀 더 재미있는 제품들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가게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억, 과거, 흑역사 지우개', '멋쟁이 발싸개'와 같이 재치 넘치는 제품이 가득한 '미스터리 상회'의 창업자 임유란(32) 씨. 임 씨는 상품과 상품명이 매칭이 잘 되는 제품을 만들려고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그는 누군가를 정해놓고 작업을 하기보다는 '내가 이 제품을 갖고 싶은가'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한다.

임유란 씨
"예전부터 디자이너가 되어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 청년몰에서 청년 창업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어요. '스타트업'을 하기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반, 작업실로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 반으로 시작했어요."

임 씨는 "청년몰에 가게를 내기 전부터 양말을 좋아해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는데 창업과 동시에 양말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도 자신이 디자인하고 싶은 제품들을 계속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오빠가 백은 못 사줘도 주머니는 사줄 수(도) 있어.'

'변비에만 좋은 거 아니다. 오장육부 온몸이 환장한다. 수제 요거트.'

가게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특징을 재치 있게 표현한 문구들이 가게 곳곳에 붙어 있다. 이러한 청년몰만의 유쾌한 분위기는 관광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종이인형, 쫀드기, 달고나 등 추억의 상품을 모아놓은 '어른이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미쓰허 문방구', 자신만의 특별한 엽서를 만들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는 '소소한 무역상' 등 어디를 봐도 전통시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젊은 감각이 '청년몰' 곳곳에 숨 쉬고 있다. 현재 청년몰은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라 남부시장 상권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012년 문을 연 전주 청년몰은 이제 지역 명소가 됐다.

청년몰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친구, 연인과 함께 가게를 둘러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온 이보현(24) 씨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전주 여행에 관한 블로그를 보고 청년몰을 알게 되어 남자친구와 함께 구경 왔어요. 시장에서 청년들이 모여 장사를 하는 것이 특이하고, 아기자기한 벽화가 신선하네요. 또 귀엽고 독특한 구경거리가 많아 좋아요."

신민희(22) 씨는 전주에 살면서도 처음 와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산 물건들을 펼쳐보였다. "친구 추천으로 와봤는데 이렇게 추억의 물건들도 볼 수 있어 반갑고 좋네요."

전주 청년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 사업)이 계기가 됐다. 사회적 기업 '이음'(옛 전통문화사랑모임)은 전주 남부시장에서 문전성시 사업을 해보기로 하고 기획을 했다. 당시 창업을 꿈꾸던 청년 20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지난 2011년 '청년 장사꾼 아카데미'를 통해 상인 소양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남부시장 1층과 옥상 하늘정원에서 야시장을 열어 장사를 경험했다. 이후 시범 가게를 시작하면서 장사의 기틀을 다졌다. 최종적으로 사업 시범가게로 선발된 곳은 '캘리공방 이응'과 '카페 나비' 두 곳이었다. 그리고 지난 2012년에는 10개 가게가 추가돼 모두 12곳이 문을 열었다. 2013년 지원 사업이 끝났지만 가게는 더 늘어나 지금은 32개가 됐다.

전주 청년몰은 전통시장에서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이 나서 시장을 활성화한 첫 번째 사례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16년 정부 예산안'에 전통시장 내 20개 내외 청년몰 조성 비용이 포함됐다. 청년몰 1곳당 예상되는 총사업비 15억 원 가운데 정부는 7억 5000만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40%)와 자부담(10%)으로 이루어진다.

경남 지역에서는 지난달 15일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지하에 청년몰 형태의 '청춘바보'가 문을 열었다. 청춘바보에는 경남 도내 청년 사업가 9명이 참여했는데, 치킨, 돈가스, 오코노미야키, 팟타이, 샌드위치 등 대부분 음식을 판다. /글·사진 양청 이가인(경상대 3학년)

'멋쟁이 발싸개' 양말

※지역민 참여 기획 '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는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