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기 이전까지 크게 번성했던 시장이다. 진주장, 김천장과 함께 영남 3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였으니 그 규모가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로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됐고 70∼80년대는 명맥만 겨우 유지하게 된다.

현재로 돌아와서 화개장터를 보면 옛 명성을 되찾았고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제2 전성기를 맞을 정도로 화개장터가 탈바꿈한 배경은 가수 조영남 씨의 노래 '화개장터'가 뜨면서부터다. 이 노래가 소위 '유행가'가 되면서 전국 사람들을 화개장터로 모았다. 이때쯤 하동군이 화개장터 복원사업을 추진했고 지금 형태를 갖추게 된다. 조영남 씨가 화개장터 명성을 되찾게 해줬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런 배경 때문에 하동군은 잇따른 화재로 소실된 화개장터를 복원하고 재개장하면서 장터 중앙에 조영남 동상을 세운 데 이어 인근에 조영남갤러리도 건립했다. 하동군이 재개장하는 화개장터의 관광·홍보 목적을 위해 스타인 조영남 씨를 적절히 활용한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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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 씨의 미술작품 대작 논란이 확산하면서 전국이 시끌시끌하다. 조영남갤러리를 향한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하동군이나 조영남갤러리 수탁운영 업체도 '멘붕' 정도는 아니더라도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갤러리 운영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게 하동군 입장이지만 이미 화개장터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조영남 동상도 그 연장선에 있는 만큼 철거 여론이 일 수도 있다. 검찰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하동군의 결정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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