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공업고등학교 2학년 김현(17) 군과 친구 3명은 지난 2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한 대형마트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왕복 7차선 도로를 끼고 있어 평소에도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다.

"함께 있던 친구가 도로를 보다가 '오리 지나간다'고 했어요. 눈을 돌려보니 오리 한 무리가 도로 한가운데 위험하게 있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차량들이 신호를 받고 정지 상태일 때 도로로 들어갔습니다." 김 군 설명만으로도 아찔한 순간임을 가늠할 수 있었다.

김 군과 친구들은 오리들을 갓길로 몰아 위험에서 벗어나게끔 했다. 이 과정에서 새끼오리 한 마리가 배수로에 빠졌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날 상황을 올렸던 전홍표(39) 씨가 학생들을 도왔다.

김 군은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배수로 덮개를 열고 새끼오리를 꺼냈다"며 "풀숲에 숨어있던 나머지 새끼오리들과 함께 가방에 안전하게 넣어 옆에 있던 창원천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창원천에서 어미 오리가 새끼오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에서 새끼오리들을 꺼내자 순식간에 어미를 찾아 사라졌다. 김 군은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평소 동물을 좋아한다는 김 군은 집에서도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물에 애착이 있어서 새끼오리들을 도왔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을 겪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군은 당시 느꼈던 아쉬움을 전하고 싶어했다. "저희가 새끼오리들을 길가로 모는 순간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도우려 하지 않았어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위험에 처한 상황을 목격한다면 지나치지 말고 도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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