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에서 만난 인연

오후 늦게 만달레이에서 출발한 버스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바간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늦은시간까지 자고 일어나보니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렁설렁 샤워를 하고 늦은 아침을 먹고 전기오토바이를 빌리러 나섰다. 그리고 오토바이 대여점에서 패밀리 세일이라는 명목으로 값싼 가격에 흥정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가격 흥정하는 방법이 재미있어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같이 농담 따먹기를 하다보니 이 둘은 어제 만났고 나와 같은 숙소에 묵는데 거기다 나랑 같은 방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한 명은 어제 밤늦게 들어온 게 너 아니냐며, 내가 자기 침대 바로 맞은편에 있던 컴퓨터 하던 사람이었다고, 이게 무슨 인연이냐며 놀라워했다. 그렇게 독일 남자 한 명, 프랑스 남자 한 명, 한국 여자 한 명이 오늘 하루 뭉쳐 바간 방방곡곡을 누비기로 했다.

이미 바간을 다 둘러 보고 난 두 남자들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메인코스는 거의 섭렵한 상태였다. 오늘 여행 1일차인 나는 어딜 가도 좋으니 그들을 따라다니기로 했다. 이만큼 좋을 수 있을까. 든든한 남자 두 명과 가이드가 따로 없다. 오토바이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큰 사원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그 친구들이 나에게 바간 입장료 티켓을 확인할지 모르니 가지고 왔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알고보니 미얀마 정부에서는 군사정권 유지 명목으로 외국인들에게 유명 관광지에서 출입 시 말도 안되는 지역입장료라는 걸 받고 있었다. 그중 한 곳이 바간이었고 이게 복불복이라고 바간 들어올 때 검문(?)에 걸리지 않으면 굳이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운(?) 좋게 티켓값을 내지 않은 관광객이 되어버렸다. 이 티켓은 대부분 큰 사원에서만 확인하므로 큰 사원만 가지않으면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하니 거금 미화 25달러가 굳은 셈이다. 하지만 걱정거리는 친구들 사원 구경할 때 나는 뭐한단 말인가. 걱정도 잠시. 그들은 문제 없다며 티켓 검사하면 자기네들 뒤에 숨어 버리면 된다는 간단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줬다. 게다가 오늘 떠나는 마틴이 그 표에 이름 써 있는 것도 아니니 떠나기 전에 나에게 주기까지 했다. 우리는 그렇게 룰루랄라 오토바이로 각종 사원을 누비고 상다리 부러질 듯한 점심식사도 먹고 선셋 투어를 마지막으로 우리만의 투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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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그들을 아쉬워하며 혼자 남겨진 나는 잠시 외로워졌다. 하지만 이런게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때론 누군가와, 때론 혼자서 하는 두가지 맛을 다 볼 수 있으니말이다. 단 하루였지만 오늘 하루 내내 여행을 풍족하게 만들어준 그들에게 100점 만점에 200점 드리고 싶다. 

/김신형(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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