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잃은 새끼들 엄마 품으로 생명 귀하게 여긴 학생들 '훈훈'

지난 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대형마트 인근 대로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내달리는 차들 사이로 어미오리와 새끼오리 한 무리가 위태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 순간 새끼오리들이 앞서 가던 어미를 놓쳤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전홍표(39) 씨는 '아차'하는 마음에 차를 갓길에 세워두고 달려갔다.

이때 전 씨 눈에 길가 배수로에 빠진 새끼오리 한 마리와 이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고등학생 4명이 들어왔다. 학생들은 힘을 합쳐 배수로 덮개를 열고 새끼오리를 무사히 구해냈다. 뒤이어 나무 사이에서 어미를 잃고 방황하는 나머지 새끼들을 발견했다. 이들을 모두 가방에 담아 옆에 있는 창원천으로 이동했다.

지난 20일 오후 창원지역 고등학생들이 배수로에 빠진 새끼오리를 구조하고 있다. /전홍표

전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조심히 가방에 담아 길 건너 창원천에 놓아주러 갔는데 새끼를 기다리며 울고 있는 어미 오리를 발견했다"며 "학생 4명이 한 마리씩 소중히 놓아주니 쏜살같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길 잃은 새끼오리를 구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며 "아마 쌩쌩 다니는 차들을 막아서라도 새끼오리를 구했을 법한 학생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들에게 밥 한 끼 거하게 사고 싶었던 전 씨는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밤늦게 연락이 온 한 학생에게 전 씨는 "너희들 멋있고 훌륭했고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학생은 "저희야말로 어떡해야 할지 몰랐는데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전 씨는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며 "아름다운 대한민국 미래를 만났다"고 평했다.

자신을 구해준 흥부에게 박씨를 구해준 제비처럼 새끼오리들이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 기대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