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전 건물 법 미적용 PC방 등 실태 파악도 안돼…분리 유도·안전 대책 필요

최근 서울에서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남녀 공용화장실이 범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에서만 매년 평균 2000건의 범죄가 발생하며 이 중 성폭행 등 성 관련 범죄가 3분의 1 이상이었다. 특히 남녀 공용화장실은 남녀의 구분이 되지 않아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공중화장실 범죄 해마다 증가 = 공중화장실 안 범죄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전국 공중화장실 범죄 발생건수는 총 3271건으로, 2011년(1526건), 2012년(1662건)보다 크게 늘었다. 2014년에는 총 1795건 중 835건(46.5%)이 성범죄였다. 상가 등에 설치된 남녀 공용화장실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발생하는 범죄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에서도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성 관련 범죄가 자주 발생했다.

지난 2월 17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PC방 안 남녀 공용화장실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여성을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ㄱ(27) 씨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상가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문제는 PC방이나 술집 화장실처럼 특정인에게 제공하고자 만든 화장실은 실태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공중화장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범죄도 솜방망에 그치는 경향이 짙다.

지난해 법원은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술집 화장실)은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남성(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화장실 범죄 예방책 마련해야 =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상가 남녀 공용화장실에 갔던 김미나(28) 씨는 무서워서 용변을 참고 나왔다. 김 씨는 "밤이었는데 화장실 가는 길이 진짜 무서웠다. 식당에서 남녀 공용화장실까지 한참 떨어져 있었고 여자 화장실 문은 다 떨어지고 알 수 없는 물소리에, 타일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공중화장실은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야 한다. 민간도 업무시설 3000㎡, 상가시설 2000㎡ 이상인 경우 화장실을 남녀로 분리해 설치해야 한다.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건물주는 남녀 공용화장실을 분리하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공중화장실 범죄를 막고자 경기도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보음 발생기(안심 비상벨) 설치를 조례로 제정하기도 했으며 CCTV를 권장하기도 한다. 건물 안에 남녀 화장실을 멀리 떨어뜨려 설치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공용화장실 성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경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화장실은 용변을 보는 곳이다. 그런데 여성이라서 목숨을 걸고 가야하느냐?"라면서 "강남역 여성 피살사건 이후 대책으로 CCTV나 경보기를 설치를 내거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화장실 분리 유도를 비롯해 안전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생명존중, 인격존중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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