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마산종합운동장 역사 속으로
1980~90년대 축구대회 성지, 시위·선거 유세 '격동의 장', 기관·단체 사무실로도 사용

마산종합운동장은 1982년 건립 이후 34년간 경남 도민과 함께했다.

이곳은 스포츠가 주된 무대였지만 어린이큰잔치와 대통령 후보 유세 현장 등 도민 실생활과 밀접한 행사도 많이 열렸다.

1982년 10월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63회 전국체육대회는 경남에서 처음 개최한 전국 규모 종합체육대회였다. 이 대회를 위해 당시 마산시는 1980년 기존 공설운동장이 위치한 양덕동 일대 16만 9471㎡(5만 1265평)에 사업비 117억 원을 들여 주경기장을 비롯해 야구장, 수영장, 정구 및 테니스장 등을 건립하기로 했다. 마산종합운동장은 착공한 지 14개월 20일 만인 1982년 9월 24일 준공했고, 주경기장은 이보다 1개월 정도 이른 8월에 완공됐다. 

◇경남 스포츠행사 독차지 = 체전이 끝난 후에도 마산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축구대회 등 체육 행사의 주무대였다.

1993년 창원종합운동장이 건립되기 전까지 주경기장은 각종 축구대회를 독차지했다. 1980~1990년대 프로축구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고, 1987·1988년에는 A매치급 대회인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조별리그 경기장으로도 쓰여 지역 축구팬들이 국가대표팀 간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3년 5월 5일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어린이큰잔치. /경남도민일보 DB

1983·1987·1991·1995·2000·2008년 모두 6차례 이곳에서는 경남도민체육대회도 개최됐다.

이뿐만 아니라 주경기장에는 영·호남 화합의 장도 섰다. 1983년 6월 영·호남의 지역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소통을 위해 경남도와 전남도 양 지자체가 마련한 '남도친선체육대회' 1회 대회가 이곳에서 개최됐다. 이후 경남과 전남에서 격년으로 열렸던 이 대회는 1990년 마산에서 개최된 8회 대회에서 '남도한마음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체육행사 일변도에서 벗어나, 두 지역 출신 간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등 광범위한 교류행사로 펼쳐졌다.

◇도민 문화 한마당 되기도 = 마산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1985년 '제1회 경남도서축제'가 열렸다. 서울지역 출판사 15개사와 경남지역 35개 출판사가 참가한 축제는 경남 도민에게 당시 출판문화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줬고 독서 백일장, 가족 동요 함께 부르기, 연극, 무용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함께 열렸다.

1989년 9월 28~30일에는 '제30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현 한국민속예술축제)가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민속예술경연대회는 예로부터 전래돼 온 각 지역 향토민속예술을 발굴·재현하고 이를 보존·계승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마산에서 열린 30회 대회에서는 이북5도를 포함한 19개 시·도에서 20개 종목이 참가해 서울 송파백중놀이 등 15개 종목이 새롭게 발굴되거나 재현됐다. 또 1980~2000년대에는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경남어린이큰잔치'가 열렸다. 지금도 이 행사를 추억하는 이들이 꽤 많다.

1986년 5월 신민당개헌추진위 결성대회. /경남도민일보 DB

◇현대 정치사 현장으로 = 1986년 5월 10일 마산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는 신민당직선제개헌추진위 경남지부 결성대회가 열렸는데, 이날 경남대와 경상대·창원대·울산대 등 4개 대학 학생들이 대회장 주변에서 연합시위를 벌였다. 1987년 12월 12일에는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영삼 후보가 주경기장을 선거 유세 장소로 사용했다.

2005년 12월 23일에는 경남도가 이곳에 3만 명의 도민을 불러모아 '신항 명칭 무효 경남도민 총궐기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시원섭섭하지만 새 야구장 기대감 = 주경기장은 마산문화원 등 총 30개의 기관·단체가 입주해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다. 이들 기관·단체는 새 야구장 건립 공사를 위해 대부분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겼거나 이전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주경기장에 자리잡은 마산문화원 임영주 원장은 "15년간 정들었던 공간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아쉽다. 하지만 창원시에서 좋은 야구장을 선보이겠다고 하니 시민으로서는 잘된 일"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주경기장을 관리하는 창원시설공단 마산종합운동장팀 김성규 차장은 "경남 축구의 성지였던 만큼 마산 축구인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 한다. 나 역시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차장은 "하지만 주경기장은 지은 지 35년이나 돼 야구장 건립이 아니더라도 시기적으로 전체 리모델링이 필요할 만큼 낡았다"며 "새롭게 짓게 될 야구장이 많은 시민이 찾아오는 경남 야구의 메카이자 창원의 새 명물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새 야구장을 기대했다.

2008년 개최된 경남도민체전. /경남도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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