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vocabulary] (5) finally - responsibility - conspiracy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http://www.idomin.com/,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13일 녹음했습니다.

finally(파이널리) 마침내, 드디어, 결국

20대 총선 뒷얘기입니다. 4·13 총선에서 경남은 야권 당선자 4명을 선출합니다. 경남지역 국회의원 16명 가운데 4명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경남도의원 55명 가운데 야권 소속은 비례대표 2명을 더해 겨우 3명입니다. 내용을 떠나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지역주의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마침내 '작대기만 꽂아도…'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단순히 야권 의원 당선이 의미 있는 게 아닙니다. 경남이 '무조건 지지'를 거두면서 여야가 더 좋은 정치인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야권은 어렵게 얻어낸 지지를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할 것이며 확산해야 할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런 야권 노력을 어떻게든 다시 이겨내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강기윤(새누리당·창원 성산) 의원은 바로 택시 운전사 전업을 선언했습니다. 벌써 21대 총선을 시작한 셈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진행자인 '청보리'·'흙장난'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하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드디어 현실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되고 '여소야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당장 새누리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할 일은 없겠지만 구조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마침내 경남만 고민하던 학교 무상급식 논란도 정리될 듯합니다. 경남지역 당선자들은 하나같이 무상급식을 회복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개표 시스템 문제도 마침내 드러났습니다. 임종금 기자가 보도한 진주 수곡면 비례대표 투표 몰표 내용입니다. 의심만 있었을 뿐 딱히 물증을 내놓기가 애매했던 사안을 드디어 구체적으로 공론화했습니다. 국민과 언론이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한 듯합니다.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은 다시 정치 영역입니다. 이 보도를 계기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투·개표 시스템을 만들기 바랍니다.

responsibility(리스판서빌리티) 책임, 의무

4·13 총선이 끝나고 <경남도민일보> 첫 '몰비춤' 기획이 바로 당선자 공약 정리였습니다. 유권자가 사정한 것도 아니고 당선자 스스로 지키겠다고 한 약속입니다. 부디 잊지 말라고 16명 당선자 공약을 모두 남겨뒀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행 정도를 확인할 것입니다. 100일, 1주년, 전반기 등 언론이 좋아하는 시점이 많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게 당선자 책임이고, 이를 확인하는 게 언론 책임입니다. 진행자 '청보리'는 "당선자들이 반드시 경남도민일보를 구독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동의합니다.

여야 당선자 모두 해당하는 말이지만 특히 경남에서 야권 당선자 책임이 막중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전 지사는 경남도민, 특히 야권 지지자에게 왜 그렇게 '애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렇게 어렵게 야권 도지사가 됐는데 야권 도지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떠났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총선을 되짚어보면 야권 당선자들은 더욱 긴장해야 합니다. 야권 지지자가 여권 지지자를 압도해서 이긴 선거가 아닙니다. 여권 지지자 투표 참여가 전반적으로 저조했습니다. 즉 야권 당선자가 조금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 선거 결과는 아주 쉽게 뒤집힐 수 있습니다. 경험으로 알겠지만 한 번 뒤집힌 흐름을 다시 뒤집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야권 당선자에게 분발을 주문하는 것은 야권만 위한 게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훌륭한 야권 의원을 이기려면 더 훌륭한 여당 후보가 나와야 합니다. 훌륭한 여야 후보를 놓고 선택하는 즐거움은 결국 지역 유권자 몫입니다. 그런 정치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정치인이 짊어져야 할 큰 책임입니다. 이번 4·13 총선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conspiracy(컨스피러시) 음모, 공모, 모의

애청자 사연으로 나온 단어입니다. '애청자', '사연' 모두 익숙한 듯해서 의심이 들지만 '흙장난'을 믿습니다. '흙장난'이 뜬금없이 '음모론'을 설명하면서 '19금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행히 '청보리'가 깔끔하게 정리해서 방송이 가까스로 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청보리'가 들고나온 첫 음모론은 미국 달 착륙 내용입니다. '청보리'는 달 착륙이 거짓이라고 확실하게 정리하더군요. 달에서 진짜 대단한 것을 발견한 미국이 그것을 덮으려고 거짓 달 착륙 음모론을 퍼뜨렸다는 음모론도 전해줬습니다. 이 밖에 몇 가지 음모론을 각자 소개했습니다.

'흙장난'은 투명하지 않은 사회일수록 '음모론'이 난립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의합니다. 음모론과 타당한 의심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런 기준이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음모론이든 타당한 의심이든 검증 자체에 인색하다는 점은 지적해야겠습니다. 어떤 의심을 놓고 편 가르기에 익숙한 편 아닌가요?

의심할 수 있는 범위와 폭은 최대한 넓히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그 의심을 근거로 내리는 결론은 최소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작은 근거가 거대한 결론으로 치달을 때 음모론이 지닌 맹점이 극대화되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음모론에 빠지면 안 되는 이유를 한 가지만 꼽자면, 권력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싶을 때 음모론을 얼마든지 역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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