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술수에 농락 당한 경남·부산 주민…지역언론이 주술 들린 정치인 견제해야

'영남권 신공항'이 또 시끄러워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신공항 문제는 선거의 풍향계가 돼버렸다. 신공항이 경남과 부산을 흔들어놓는 것은 선거가 가까워졌다는 표시다. 대선이 끝나면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신공항의 기박한 운명은 또 달라질 것이다.

애초 신공항 문제는 이미 정리된 것이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경남과 부산이 당시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벌이는 유치 경쟁이 지역 대결로 한껏 가열되자 발을 뺐다. 사업 중단 근거는 국토교통부가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여" 공항 입지가 부적합하다고 내린 결론에 있었다. 사업비는 인천공항 2단계 공사까지 들인 8조 6000억 원보다 많은 14조 원까지 예상됐고, 밀양은 산봉우리 27개를 잘라내어 최대 12㎞를 운반해야 하고, 가덕도는 산봉우리 1개를 잘라내고 100㎞ 떨어진 해저에서 모래를 운반하고 바다를 메워야 하는 등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결론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신공항을 포기한 진짜 이유는 공항을 둘로 쪼개어 경남과 부산에 나눠 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1년도 못가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사망선고를 받은 신공항을 살려냈다. 신공항 추진을 중단한 것이 잘못되었는지, 잘못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는 말하지도 않았다. 박 후보는 부산에 유세를 가면 부산에 신공항을 줄 것처럼 했고, 경남에 가면 경남에 줄 듯이 했다. 당시 부산 유치 입장을 분명하게 정한 문재인 후보는 정직하기라도 했다.

2007년부터 입지 선정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신공항 문제는 오래 끌 일은 아니었다. 국토부의 입지 평가 결과에서 30점대(100점 만점)라는 낙제 점수를 받게 되는 밀양과 가덕도가 애초 수십 개의 후보 지역들 중 최종 후보지 2곳으로 선정된 과정부터 미심쩍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집권하고 있는 한, 밀양이든 부산이든 공항이 닦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재집권한다면 신공항은 또다시 그 다음 선거까지는 잠잠해질 것이 틀림없으리라. 경남과 부산은 박근혜 정권이 자기 텃밭으로 알고 있는 곳이다. 호남에 하듯이 함부로 다룰 수도 없는 지역이다.

결국 신공항은 공항이 아니라 정치이다. 영남권 신공항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의 정치적 술수로 얼룩졌다. 이득을 보는 것은 정권이고 실컷 농락만 당한 것은 양쪽 지역 주민들이었다. 정권이 두 지역에 당근을 던져놓고 싸움을 한껏 부추겨놓고는 자신은 쏙 빠진 채 단물을 빼먹다가 물이 빠지면 미적거리거나 없던 일로 한다는 건 악랄하고 고약하다. 

지역균형발전은 지방이 공항을 유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예산을 균등하게 따오는 데 달려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겠다고 한 정부에 공약 이행을 촉구해야 하며, 복지 예산 증액을 요구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예산을 나눠줄 생각이 없으니 공항 같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유치에 기대는 심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혈투에 가까운 지역 갈등을 치러야 하고 천신만고 끝에 유치에 성공한다고 한들 경제적 효과를 장담할 수도 없는 신공항에 목매는 것이 대안일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 공항만 닦아놓으면 인천공항이 될 것처럼 생각하거나 '신공항이 우리 지역을 구원하리라'는 주술에 들린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것은 결국 지역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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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남과 부산 언론들이 지역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했어도 정권이 신공항을 정치에 악용하려고 하거나, 그걸 시도하더라도 먹혀들었을지 의문이다. 영남권 신공항 5적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김해를 제외한 경남 정치인들, 부산 정치인들, 그리고 부산과 경남의 지역언론들이다. 어떤 점에서는 지역의 이해를 볼모로 지역민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5적끼리는 공동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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