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트루먼 쇼> 봤습니까?" 제자가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못 봤어. 오래된 영환데 아주 괜찮다고만 들었지." "영화 되게 좋다던데요. 선생님 영화 엄청 보시는데 왜 안보셨어요?"

그렇게 잊고 지냈던 명작을 볼 기회가 우연처럼 찾아왔다. 꼭 18년이 흘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좌절을 겪었다. 그 와중에도 새로운 희망을,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서 희망을 찾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탄생에서 성인이 되는 모든 과정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영화 <트루먼 쇼>. True와 Man이 만나 탄생한 주인공 트루먼은 지금의 우리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트루먼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기뻐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하지만 트루먼은 어떠했을까?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정작 본인만 모르고 살아간다는 그 진실을 알게 된 그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거대한 세트장에서 일구어진 자신의 삶은 과연 진짜라고 느꼈을까?

내 손에 휴대전화가 들어온 지 꼭 18년이 되었다. 기술발달 덕분에 나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수 많은 SNS에 나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있다. 댓글이 달리면 신이 나서 답글을 달고, '좋아요'를 보면서 어떤 나의 모습을 올려 나의 일상을 노출시킬 것인가를 고민한다. 점차 노출증 환자로 전락하는 기분이다. 나 같은 사람이 있기에 어떤 타이밍에 글을 올려야 가독성이 높은지 알려주는 SNS 분석가도 먹고사는 일 아니겠는가? 반대로, 타인의 SNS를 훔쳐보는 재미도 또한 만만치 않다.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기분인지를 살펴보는 나 자신을 늘 발견한다. 영화 <트루먼 쇼>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안타까워하던 시청자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타인의 삶을 훔쳐 바라보는 관음증 환자가 된 듯하다. 여유시간이 되면 스마트폰을 끼고 손을 놀리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 얼마나 한심한가? SNS로 거부가 된 이들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들에게 시간과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에는 SNS 사용이 줄어든다. 가족과 함께 하거나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행복을 찾는 시간이다. 그마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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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추가로 쉽게 인연이 아닌 인연을 만들기도 하며, 낯선 그들에게 나의 일상을 알리며, 그들의 일상을 살펴본다. 나는 스스로 현대판 <트루먼 쇼>를 찍고 있다. 주인공 트루먼과 시청자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는 일인이역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보지도 못하고, 진짜의 내 모습을 찾지도 못한 채, 나 자신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들의 삶은 어떤지 훔쳐보며 살아가고 있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손 안의 사각창에 갇혀 있는가? 신록이 짙어지는 저 바깥 세상에 있는가? 거대한 세트장을 당당히 벗어난 트루먼처럼 나 역시 온라인이란 이 거대한 세트장을 벗어날 수 있을까?

/장진석(아동문학가·작은도서관 다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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