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습지도시 옥야고 기자단] (1) 토평천 상류에서 낙동강 합류까지

창녕군 이방면 옥야고교(교장 하재경)가 올 4월부터 12월까지 람사르습지도시 청소년 기자단 운영에 나섰다. 기자단 학생 15명은 활동 날인 4월 30일 '습지 형성 원리'를 현장에서 알아보려고 우포늪을 머금은 토평천을 최상류에서 낙동강으로 빠져나가는 지점까지 답사·취재를 벌였다. 창녕군과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지원을 받는 기자단 활동(진행 해딴에)은 우포늪 둘레 마을들을 람사르습지도시로 선정되게 하려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람사르협약은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 목적인 국제협약으로 우포늪은 1998년 2월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람사르습지도시는 한국과 튀니지가 공동발의해 2015년 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제도다. 지역공동체에 람사르습지를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보전과 활용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데 취지가 있다. 선정 여부는 2018년 10월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다. 한국에서는 우포늪과 대암산 용늪(강원 인제), 운곡습지(전북 고창), 동백동산·물영아리(제주도)가 후보로 올라 있다. 옥야고기자단은 생태 교육·문화·체험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고 보도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역과 전국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한다. 12월까지 다달이 한 차례씩 모두 아홉 차례다. 진행할 때마다 그 활동 내용과 기자단 학생의 기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처음 나서면서 아이들한테 무엇이 기대되냐 물었더니 ①바깥활동 자체 ②자연 생태 관찰 ③기자단 취재 활동 등이 답으로 나왔다.

옥야고기자단 활동은 이 셋을 모두 충족하는 과정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와 즐거움이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이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활동이 오래가기 어려운 법이니까.

기자단이 처음 찾아간 데는 토평천 물줄기가 시작되는 창녕 고암면 청간마을. 마을은 열왕산(663m)을 머리에 이고 있고 위쪽 청간못에는 여러 골짜기에서 타고 내린 물이 가득차 있었다. 토평천이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 사는 마을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정겹게 대해줬고 바람을 머금은 풍경은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봄풀·봄나무·봄꽃·봄나물은 두루 보기 좋았고 멀리 산중턱 숲을 이룬 나무들은 바람에 휩쓸려 통째 출렁이는 모습을 인상 깊게 남겼다.

주매마을 뒤쪽 언덕에 올라 우포늪·쪽지벌을 바라보는 옥야고기자단. /김훤주 기자

못둑에 올라 보니 열왕산은 물이 적지 않게 모여들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골짜기를 보여줬다. 물론 습지는 물이 모여드는 것만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물이 고여야 만들어진다. 청간마을 일대처럼 골짜기가 깊고 비탈이 가파르면 물이 곧바로 빠져나가 버린다. 토평천은 적어도 대지면소재지인 석동마을 직전까지는 기본적으로 물이 많고 빠르게 흘러나가는 지형이다.

두 번째는 대지면 효정마을 창산교 일대였다. 토평천을 따라 조금씩 넓어지던 들판은 석동마을 어름에서부터 골짜기가 낮아지고 멀어지면서 더욱 크게 넓어진다. 창산교는 석동마을 하류에 있다. 그래서 석동에서 창산교로 가는 양쪽에는 너른 논밭이 펼쳐진다.

창산교는 우포늪 습지보호지역의 공식 시작 지점이다. 창산교 하류는 습지보호지역이고 상류는 그렇지 않다. 상류에서는 낚시도 수영도 허용되지만 하류쪽은 모든 오염행위가 금지돼 있다. 상류쪽에는 낚시꾼이 있었지만 하류쪽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물줄기는 창산교에서 끊어지지 않고 상류에서 하류로 그대로 흘러든다. 새와 짐승 또한 아래위 구분 없이 돌아다니고 물풀 또한 상류·하류 따지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친구 하나가 물었다. 우포늪 습지가 이어져 있는데도 이렇게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반가운 질문이다. 설명이 뒤따른다. 토평천 유역에 사람이 이미 사는 이상 전체를 보호지역으로 묶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호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이런 인위적인 설정이 나왔다, 상류에서 더러워진 물이 걸러지지 않는 모순이 있다, 당장은 아니라도 저류지를 설치해 오염물질을 가라앉힌 다음 흘려보낸다든지 하는 방법이 앞으로 필요하다.

청간마을 청간못에 들른 옥야고기자단.

세 번째는 대합면 주매마을 생태촌 너머 안쪽 제방과 언덕이었다. 우포늪 네 습지 가운데 사지포늪·우포늪·쪽지벌이 한눈에 가늠되는 자리다. 제방에서는 사지포늪쪽 이태리포플러와 연 군락을 눈에 담았다.

다음 250살 넘은 팽나무가 있는 언덕에 올라서는 우포늪·쪽지벌을 바라보며 전체 모습도 짐작해 보고 여기저기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 표정이 또 한 번 풀어졌다. 풍경이 더없이 멋들어지고 낙동강 강바람 또한 그지없이 시원하기 때문이겠다.

네 번째는 우만마을에서 왼쪽으로 들어가 목포늪을 따라가는 길이었다. 우포늪의 나머지 세 습지와 달리 물이 깊은 데가 목포늪이다. 그래서 풍경이 그윽하다. 한편으로는 헤엄을 칠 줄 아는 새들이 주로 모여드는 특징도 있다.

마지막은 유어면 가항마을 유어교 일대였다. 토평천과 낙동강의 합류 지점이다. 여기서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자연제방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낙동강 제방은 안쪽 우포늪 일대보다 더 높아져 있었다. 홍수 시기 본류에서 지류로 강물이 역류하면서 자연제방 뒤쪽에 배후습지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옥야고기자단은 이날 우포늪 습지가 형성되는 두 가지 이치를 알아봤다.

좁은 비탈을 흘러내리던 물이 골짜기가 끝나 물살이 느려져 평지에 고이게 되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낙동강 본류에서 자연제방이 두툼하게 쌓아져 둘레보다 높아짐으로써 배후습지를 이루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어지는 5월의 두 번째 취재에서는 개별 습지의 구체적인 모습을 취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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