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파고 넘은 '마산 민속문화 진수' 순풍에 돛 달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지역민이 250여 년 전부터 뱃길의 무사 안전을 위해 제의(祭儀)를 지냈다. 마산 성신대제(星神大祭)다. 행사는 시대가 흐르면서 부침(浮沈)을 겪는다. 처음에는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종합 축제의 성격으로 진행됐다가, 어시장 중매인을 중심으로 한 제사의 성격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마산문화원은 2006년부터 지역의 중요한 행사인 이 성신대제를 보존하고 이어가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마산문화원장을 회장으로 한 마산성신대제보존회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다. 앞서 문화원은 지난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성신대제 보존을 위해 보존회를 만들고 대제 행사를 열었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중단한 바 있다. 성신대제보존회 재창립 10년 만인 2016년 5월 4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38호로 지정되면서 전승의 길이 열렸다.

성신대제 야외공연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창원에서 33년 만에 단체 무형문화재 = 경남 창원에서는 1980년 문창제놀이(조선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 순절한 충신 황시헌 공을 기리는 민속놀이), 1983년 마산농청놀이(마산지역에서 행해지는 공동체적 생산과 협동을 목적으로 한 자치조직인 농청의 작업과 경기 과정을 표현한 향토 예능) 이후 단체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경남도 무형문화재는 올해 마산 성신대제가 추가되면서 33개 종목에 38호까지 지정됐다. 지금까지 무형문화재 대부분은 2000년대 이전에 지정됐고, 기능·예능 보유자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 지정된 성신대제는 '보유자가 없는 단체 종목'으로 지정됐다. 성신대제는 걸립패 풍물한마당, 목도하기, 산신제, 별신대세우기, 선고굿, 별신굿, 오광대탈놀이, 씨름대회 등을 하는 종합 축제 형태인 데다, 행사별로 기능을 보유한 이들이 특정되지 않아서다.

성신대제 야외공연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조창에서 비롯된 '성신대제' =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는 '바다의 이정표'인 하늘의 별이 중요하다. 예부터 '별신'을 바다의 수호신으로 삼은 이유다. 마산에서는 이를 한자로 적어서 '성신(星神)'이라 했다. '별신'에게 제를 지내고 삶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는 성신대제는 176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선시대에 세금으로 바칠 곡식(조곡)을 보관하고 수송하기 위한 조창이 마산에 생기면서다. 마산 어시장에서 조창을 통해 조곡을 바치는 배(조운선)를 떠나보내면서 무사항해를 기원하던 행사가 성신대제였다. 보름에 걸쳐서 제의를 지내고, 신목(별신대)을 세우고, 길놀이를 하고, 굿 등을 했다.

노성미 경남대 국어교육과(고전문학 전공) 교수는 "성신대제는 마산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관에서 조창을 관리하기 위해 '유정당'이라는 건물을 지어서, 처음으로 조운선(조곡을 운반하는 배)이 출발할 때 연 큰 잔치다. 김이건(1697~1771)의 '송조선가(送漕船歌)'라는 시 속에 잔치 모습이 표현됐다. 뱃사람이 안전하게 조곡을 싣고 서울까지 당도하기를 바라는 제사이자 축제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 '무속신앙, 한국의 신명을 보다' 전시 3부에서 '성신대제, 염원을 올리다' 전시를 열고 있다. /우귀화 기자

일제 강점기 마산이 개항장으로 되면서 조창이 폐지됐고 축제인 성신대제도 함께 없어졌다. 1904년 대폭풍우를 겪으면서 1905년 어시장 객주들이 새롭게 성신대제를 연다. 이때부터 어시장 상인들은 유교식 제사를 지냈다.

성신대제는 매년 지내는 '제', 5년마다 지내는 '중제', 10년마다 지내는 '대제'로 구분된다. 매년 음력 3월 28일 지내는 '제'는 지금까지 매년 이어져오고 있지만, 시민 다수가 참여하는 성신대제는 1954년 이후 중단됐다. 마산문화원이 1984년부터 보존을 위해 대제를 열다 1991년 중단했고, 다시 보존회를 만들어서 2008년부터 매년 대제를 다시 열고 있다.

◇"마산에서 제일 오래된 축제" = 과거 제의가 왜 중요할까. 전문가들은 성신대제가 마산지역에서 제일 오래된 축제의 모습이고, 지역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

노 교수는 "성신대제는 마산에서 제일 오래된 축제의 모습이다. 민간인이 주도해 주민이 화합하고, 씨름 등의 민속놀이도 열어왔다. 우리 지역의 자랑할 만한 전통문화다. 그래서 복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성안 경남대 역사학과 교수(한국사 전공)도 "성신대제 전승은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 잃어버린 마산의 문화를 계승하는 일이고, 해양문화라는 지역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영주 마산성신대제보존회 회장(마산문화원장)은 "전국적으로 성신대제와 유사한 행사를 하는 곳이 가끔 있다. 하지만 마산처럼 제당에 위패를 모시고 풍어, 시민 안녕과 무사항해를 위한 제의를 지속하는 곳은 흔치 않다. 또 성신대제는 오광대, 별신굿 등의 단일 종목이 아니라 여러 행사를 아우르는 종합 무형문화재라는 의미도 크다"며 "지난 2012년 도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고, 4년 만에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강릉 단오제' 같은 무형문화재처럼 우리 지역 '성신대제'도 이름을 알리고 옛 지역 축제의 역사를 이어가고자 한다. 7월에 무형문화재 지정을 기념해 성신대제 행사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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