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돈 받는 노인요양사업, 우리 생각한 복지와 달라"

"장기요양기관은 반납할 것이다. 우리 정체성과는 맞지 않다."

53년 동안 경남 진주지역에서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을 모셔 온 '프란치스꼬의 집'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진주시민뿐 아니라 도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왜 문을 닫아야 하는지, 다른 방안은 없는지 알아보고자 지난 6일 프란치스꼬의 집을 찾았다. 그런데 박준영(노인요양원 프란치스꼬의 집 원장) 수사의 첫마디는 '장기요양기관 반납'이라는 강수였다.

행정 처분이 끝나면 문을 다시 열지 모른다는 보호자들과 지역 바람과는 상반된 얘기였다.

박 원장은 "우리는 양로원에서 시작했다. 복지가 뭔지도 모를 때 복지 개념을 도입했다. 프란치스꼬의 집이 몸통이라면 이것을 지탱하는 양 축은 직원과 어르신이다. 직원 복지가 이뤄지면 저절로 어르신들 복지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왔는데 돈을 받으면서(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으면서) 직원 복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가톨릭 수도회 작은형제회 한국관구 소속인 프란치스꼬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1963년 진주시 칠암동에 프란치스꼬 수도회가 농장용 토지를 구입하면서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기 시작했고, 1968년부터 양로원 형태로 운영해왔다. 사진은 프란치스꼬의 집 전경. /김종현 기자 kimjh@idomin.com

또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모든 시간을 어른들에게만 집중하게 한다. 그게 잘못된 게 아니지만 직원 복지는 상상도 못한다.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직업병이 많다. 그래서 함께 운동을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연수나 세미나도 직원들이 연차를 사용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서류 작업이 너무 많은 것도 지적했다. 그는 "모든 활동을 서류로 만들어야 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비되겠는가. 어르신에게 쏟아야 할 시간에 서류 작업만 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와는 격차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이미 프란치스꼬의 집을 운영하는 재단 평의회에서 장기요양기관 반납 결정을 내렸으며, 번복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이미 재단 차원에서 장기요양기관을 축소 또는 폐쇄하려는 검토가 있었다는 말도 했다.

돈을 받는 노인요양사업이 수도회 정신과 수도사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었다.

박 원장은 "2014년 11월, 140명의 종신형제가 모여 현재 장기요양기관으로 운영하는 장성과 진주 중 한 곳을 축소하거나 전환하는 것을 논의했다. 작년 3월에는 사회복지 특위에서 '전환을 위한 연구를 하자'는 결론을 내렸는데 며칠 뒤 건강보험공단이 현지조사를 나와 환수와 행정 처분을 받았다. 이번 조치는 폐쇄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고 밝혔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2015년 3월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본부의 현지조사를 받았고, 조사 결과 환수금 3억 1800만 원 조치를 받았다. 요양보호사로 신고한 인력이 조리원과 위생원으로 배치됐는데 이것이 '장기요양기관의 인력 배치 기준 위반' 적용을 받았고, 진주시로부터 영업정지 82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해 오는 6월 1일 자로 장기요양기관 업무를 정지해야 한다. 항소도 포기하면서 문을 닫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프란치스꼬의 집 관계자는 "현행법상 노인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해야 하는데, 요양보호사 채용이 늦거나 부족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조리원이나 위생원 1~2명이 보호사 명단에 등록되기도 했다"며 "위법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고 항변했다.

특히 '부당 이득'이란 말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부당 이득이라는 것은 이윤을 취했을 때 하는 말이다. 재단이나 누구도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 재단에서 매년 몇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냈다. 칭찬을 안 하더라도 욕을 하고 때리지는 않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욕을 하고 때리는 꼴이 됐다"며 박 원장은 억울함을 주장했다.

이어 박 원장은 "재단 내부에서는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진주에 있을 이유가 없다, 다 정리하고 떠나자는 말도 했다"며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도 않았다. 청문회에서 우리 재단은 진주시에 배신당했다는 말까지 했다"며 진주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가톨릭 수도회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에서 운영하는 프란치스꼬 재단에서 맡아 하고 있다. '프란치스꼬의 집' 역사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칠암동에 프란치스꼬 수도회가 농장용 토지를 구입하면서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기 시작했고, 1968년부터 양로원 형태로 운영했다. 서부경남에서 하나뿐인 양로시설이라 인원이 몰렸고 1977년 시설을 증축하면서 정원이 80명으로 늘었다. 1993년 지금의 장소로 이전해 노인요양시설로 변경했으며 2008년부터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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