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비혼 갖은 구박과 핍박, 앞에선 당당…뒤에선 눈물
평범한 삶 행복 꿈꾸는 우리들, 현실적인 '해영'에게 얻는 위로

휴일, 허리가 끊어지도록 낮잠을 자던 '올드미스' 미자(예지원)는 할머니가 던진 베개를 정통으로 맞으면서도 상상 속에서 달콤한 연애를 꿈꿨다.

등짝 스매싱과 "시집이나 가라"는 엄마의 콤보 구박에도 영애(김현숙) 씨는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한술 떴던 비빔밥을 입에 우겨넣는 내공을 선보였다.

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미자와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가 펼쳐보였던 노처녀의 일상이다.

그리고 10년 세월을 건너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비혼 여성이 또다시 우리 앞에 섰다.

tvN <또! 오해영>(월·화 밤 11시)의 오해영(서현진).

그녀는 결혼 전날 차였다. 남자는 "밥 먹는 모습이 꼴 보기 싫어졌다"며 적어도 평생 밥 먹을 때마다 '울컥'하게 만들 상처를 남기고 파혼을 선언했다.

왜 파혼했느냐는 끈질기고도 폭력적인 사람들의 호기심 앞에 "남자가 너무 좋아서 한 남자랑 평생은 힘들다"고 호기도 부려보고 "이 나이에 내 돈 안 들이고 명품을 풀세트로 얻으려면 일단 결혼한다고 해. 그리고 결혼 전날 파투 내는 거야"라고 위악도 부려본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가 하필이면 '절세미인의 대명사' 배우 이영애와 이름이 같아 모진 수모를 겪고 비아냥을 들었다면 오해영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이름의 '예쁜' 오해영(전혜빈) 때문에 '그냥' 오해영으로 사는 것도 모자라 인생이 바뀌는 기구한 팔자가 됐다.

'예쁜' 오해영이 결혼 당일 모습을 보이지 않아 큰 상처를 입은 연인 박도경(에릭)은 오해영의 결혼 소식을 듣고 오해영의 남자를 파산시켜 도경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냥' 오해영의 결혼을 파투낸 것이다.

'제때' 시집가지 못한 해영의 고군분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술 마시고 '자빠져' 팔이 부러지고, 한밤중에 난데없이 탱고를 춘다. 맘에 들지 않는 티를 팍팍 내는 소개팅 상대에게 "일주일 안에 자빠뜨린다"는 기함할 소리를 내뱉어 엄마로부터 "감당 못할 미친년" 소리를 들으며 집에서 쫓겨났다.

30대 비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그들에게 결혼은 절체절명의 과업처럼 어깨를 짓누르고, 파혼의 아픔은 동네 주민들의 뒷담화 거리가 되는 것도 모자라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조롱거리가 된다.

혼자 사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때론 폭력적이고 때론 만만하다.

이러한 세상에 바뀐 것은 있다.

미자는 상상 속에서 고된 현실을 잊었고, 영애는 세상과 맞짱뜨며 독해졌다.

오해영은 굳세다.

뒤에서 눈물을 흘릴지언정 적어도 남들 앞에서 당당하다.

그래서 그만큼 애잔하지만 더욱 현실적이다.

"난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괜찮아지길 바랐던 거지, 걔('예쁜' 오해영)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옆집 언니 같기도 하고, 직장 선배 같기도 한 그녀에게서 어쩔 수 없이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든든해요. 어딘가 나랑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거. 나는 내가 못나서 그런 일 당한 줄 알았는데 잘난 사람들도 나처럼 결혼 전에 차이는구나. 미안해요. 그쪽 상처가 내 위로라고 해서."

"사랑이요. 먹는 거보다 사랑하는 게 훨씬 재미있고 백만 배는 행복해요. 안 먹어도 행복해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맛있는 거에 그렇게 열광하지도 않고 맛없는 거에 광분하지도 않아요. 이미 충분히 좋으니까."

누구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문득문득 참으로 시시한 삶을 확인한다.

하루를 견뎌낸 일상을 위로하는 것은 맥주 한잔이 전부고,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내일을 꿈꾸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다.

어쨌든 내 인생에서 주인공은 나다.

독해지지도 말고 상상 속으로 피하지도 말고. 오해영이 '오해영'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계속 지켜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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