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하동군 하동읍 흥룡리 먹점골마을 여태주 이장

국도 19호선을 따라 경남 하동군 하동읍과 악양면 중간 지점 산골에 자리 잡은 먹점골마을.

마을 앞은 섬진강과 그 너머로 백운산 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뒤편은 지리산 줄기인 구재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산골마을이다. 이곳에는 주민 30가구 7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외지에서 들어온 귀농·귀촌 가구가 원주민보다 1가구 더 많다는 것. 그만큼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살기 좋다는 뜻이다.

최근 귀농·귀촌하는 도시민이 많이 들어오면서 원주민과 제대로 섞이지 못한 채 갈등이나 불화를 겪는 마을이 종종 있는데 이 마을은 반대다. 마을 주민이 귀농·귀촌인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포용하면서 서로 어울리며 마을발전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하동 먹점골마을 여태주 이장. 여 이장은 마을 가꾸기 사업 등으로 주민 화합을 이끌고 있다. /허귀용 기자

지난 3월 초 귀농·귀촌인이 마을에 정착한 이후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에 나서는 뜻깊은 일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지리산둘레길이 지나가는 마을에 아름다운 꽃길과 농원의 수려한 정원이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있는 꽃피는 매화골, 먹점골마을을 만들어보고자 의기투합했다.

마을 전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마을 진입로와 마을도로, 농로, 버려진 땅 등에 홍매화와 이팝나무, 산수유 등 조경수 1300그루를 심었다.

나무 구입에 만만치 않은 돈이 들었으나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는 물론 귀농·귀촌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호주머니를 털어서 마련했다.

이렇게 귀농·귀촌 주민과 원주민이 뜻을 모으고 한 몸처럼 움직이는 데는 오랫동안 이 일에 정성을 쏟은 3년 차 젊은 이장 여태주(45) 씨의 숨은 노력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귀농·귀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래도 원주민과 갈등입니다. 이곳에 귀농·귀촌하려는 도시민을 먼저 만나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해줬는데 원주민과의 불화를 없애는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정착한 이후에도 서로 화합할 수 있도록 하려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마을 가꾸기가 그 하나입니다. 40, 50대 젊은 귀농·귀촌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니까 원주민들도 좋아하시고 지금까지 주민 간 불화가 거의 없습니다."

마을 가꾸기 하나로 시작된 나무 심기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여 이장은 매월 1일을 '공동 작업의 날'로 정해 심어놓은 나무를 관리하고 버려뒀던 일부 구역을 정비하는 날로 발전시켰다. 특히 이날은 주민이 돌아가면서 정성껏 마련한 국수를 먹는 날이기도 하다.

마을 토박이인 여 이장의 세심한 배려와 주민 간 가교 역할은 마을회관 신축을 순조롭게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주민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귀농·귀촌 마을주민이 사비를 털어 적극적으로 마을회관 건립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회관 신축 터를 매입하려 했지만 마을 여유 자금이 별로 없어서 고민이었습니다. 마을회의를 통해서 돈을 거두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원주민 사정을 잘 아는 귀농·귀촌 주민이 알아서 더 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귀농·귀촌 주민은 오히려 비협조적일 수 있지만 우리 마을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통장으로 귀농·귀촌 주민이 보낸 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웃음)"

마을 이장은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머슴과 다름없다고 자신을 스스로 낮춘 그는 마을 주민 간 화합을 바탕으로 그동안 계획했던 마을 발전을 위한 계획들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끝으로 수년간 경남도민일보와 연을 맺어온 독자이기도 한 그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지역 언론으로서 그 역할에 더 충실해 줄 것을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여긴 산골이라서 신문이 배달되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경남도민일보를 자주 접합니다. 요즘 신문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에 굴하지 않고, 신문 창간 정신에 어긋나지 않도록 초심으로 지역 언론 역할을 더욱더 충실히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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