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강요 없는 의사구조, 하고 싶은 것도 얼마든지
기자 저마다 강한 '스타일' 협업에 방해 요소 되기도

경남도민일보의 진정성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기획을 준비하면서 참 난감했습니다. 진정성은 타인이 알아봐 주는 것이지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진정성이란 결국 내면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경남도민일보의 속내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여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는 또한 우리가 우리를 반성해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치행정부 이승환(13년 차) 기자와 경제부 이동욱(8년 차) 기자를 함께 만났습니다. 외근 기자 중에서 연차도 어느 정도 되면서 과하지 않게 속내를 드러낼 만하다고 판단해서입니다. 지난주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지요. 난데없이 섭외해서는 진지한 주제를 들이밀었는데도 분위기는 내내 유쾌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왼쪽부터)이동욱, 이서후, 이승환 기자. 사진은 이서후 기자 휴대전화로 이동욱 기자가 찍었다.

이서후 = 어떻게 입사했어요, 다들?

이동욱 = 저는 PD가 되려고 공부하다가 방송 외주제작사에서 몇 개월 일했어요. 그러다가 경남도민일보 채용 공고가 뜬 걸 보고 지원했죠. 대학 때 교지편집위원회에 있었는데 거기서 경남도민일보를 구독했어요. 그 당시에는 신문에 맞춤법 틀린 게 많아서 비웃었던 기억도 나네요. 하하하.

이승환 = 기억이 조금씩 남아 있어서 확실하진 않은데, 뭐 대충 말하자면 경남도민일보라는 곳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지인에게서 듣고 시험을 보러 왔어요. 대학 때 아르바이트는 좀 했어도 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경남도민일보가 처음이에요.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입사를 했으니까요. 지금도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하는 게 몇 가지 있어요. 어떻게 졸업도 하기 전에 취직을 했을까, 그게 왜 하필 신문사일까, 여기에다 왜 또 마산에 있는 신문사일까예요. 허허허.

이서후 = 경남도민일보에서 일하는 거 어떤가요?

이승환 = 직장 경험이라고는 경남도민일보가 처음이라 이야기하기가 좀 그래요.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근데 이런 거는 있어요. 다른 업종이나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드는 생각이 '동시에 다 가질 수는 없다'예요. 뭐가 하나 있으면 다른 하나가 없는 거죠. 경남도민일보 다니면서 정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강요 당한 적은 없어요. 물론 썩 내키지는 않지만 회사 일이니 이 정도는 해주라 정도는 애교로 넘길 수 있죠. 내가 이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는 걸 회사에서 '꼭 해야 한다, 이거 안 하면 불이익을 줄 거다' 이런 일은 없었어요. 반대로 내가 이거 참 하고 싶다, 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못하게 한 적도 없어요. 설득력이 약해 안 먹힌 적은 있지만, 무시당한 적은 없어요. 이런 조직은 드물지 않나요?

이동욱 = 거꾸로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 조직이 일하기는 편한 조직인 건 맞아요. 근데 너무 편하다 보니 게을러진다고 해야 하나, 우리랑 환경이 다르지만, 다른 언론사 보면 새벽까지 일하고 하는데, 그런 거 보면 우리가 지금 그만큼 치열하게 신문을 만들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승환 = 그런 의미에서 저는 경남도민일보 같으면 두 가지를 봐야 한다고 보는데, 먼저 평범한 일상을 어느 정도 이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항상 특별할 수는 없잖아요.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기복이 심한 조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평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기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에너지를 적정히 잘 유지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동욱 = 그러면 그런 기본기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겠네요.

이승환 = 그거를 평균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 조직 내 대화거든요. 우리는 매일 '기사'라는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기사에 대한 부담없는 평가라고 해야 할까, 정색하고 '자, 오늘 네 기사를 평가해보자' 이런 게 아니라, 밥 먹다가 문득 '오늘 네 기사 보니까 이런 건 궁금하더라' 뭐 이런 식의 대화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이서후 = 그러고 보면 경남도민일보는 기자 개인들의 스타일이 도드라지는 부분이 있죠. 그게 강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고.

이승환 = 기본적으로 신문이라는 결과물 자체가 취재와 편집의 협업이잖아요. 이서후 기자가 얘기한 강한 개성들이 각자 어떤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거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협업이 필요하겠지요. 경남도민일보는 '기사를 같이 쓰면 선배 이름이 무조건 앞에 들어가야 해'라든지, '이 기사를 왜 그쪽 부서에서 써' 이런 건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느슨한 부분이 협업을 가능하게 하죠. 오히려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들 간 협업을 막는 가장 큰 방해 요소는 개인들의 강한 스타일인 거 같아요.

이동욱 = 얼마 전에, 서로 다른 부서지만 전에 이승환 선배랑 같이 했던 기획이 저한테는 꽤 좋았었거든요. 앞으로 이런 기자들 협업이 많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이서후 = 이번 총선 취재하면서 느낀 건데요. 시군 단위마다 지역 언론들이 있잖아요. 그들과는 달리 우리 같은 광역 단위 신문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게 어떤 것들일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게 기사를 어떻게 쓰고 하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동욱 = 기사 쓰는 거 자체는 크게 부담스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가 언론재단 연수 가서 들었는데, 일상 주변에 흩어진 밥알들을 모아서 거기다가 자기 생각만 한 숟갈 보태면 그게 좋은 기사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승환 = 이제는 정확히 해야 하는 게 경남도민일보라는 조직이 경남도민일보라는 신문만을 찍기 위한 조직은 아니어야 한다는 거예요. 경남도민일보 구성원들의 최종 결과물이 고작 하루 20면 나오는 신문뿐이라면 그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남도민일보라는 지역 지식인 집단이 더 바람직한 지역사회를 만들려고 만드는 여러 작업물 중 하나가 경남도민일보가 되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어떤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모든 고민을 그대로 잘 끌고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뭐 하나 큰 게 바뀐다고 다 바뀌지도 않고, 조그만 변화가 큰 변화를 유도하기도 하니까요. 하다못해 자기 책상이라도 깨끗하게 치워놓는 것에서부터 어떤 변화가 시작되는 거죠.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