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에 빌붙어 반대세력 척결에 충성…'어버이'이름 더럽힌 패악·배후 밝혀야

정부가 돈을 줘 조직을 건사해 나가는 덩어리 큰 몇 개의 관변단체는 지원의 근거를 아예 법으로 정해놓았더라. 왜 그런 물건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여러 명분을 주섬거리지만 실제로는 모다 선거의 동원조직으로 쓰이는 것이 가장 주요한 용처임은 삼척동자도 눈치채고 있다.

이승만 때부터 내려오는 정치발명품이고 그걸 합법의 테두리에 넣어 지켜내려 온 것이 이 나라 보수 세력의 놀라운 힘이다. 지역마다 번듯한 사무실에 위용도 드높이 간판을 내걸고 국가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중앙 일간지에 하단 '통'으로 성명서를 내곤 한다. 관 주도 행사의 상석에 초치되며 벼슬아치들과 이쑤시개를 물고 식당 문을 나서는 번듯한 화상들이 보통 이 단체의 간부급들이다. 토호 세력과 얽혀있으며 관민의 불량한 속성을 이어주는 썩은 동아줄 노릇에 이골이 났다. 하지만 이들이 눈치 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한다'라는 혐의를 받는 것이다.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관련 '법'이 엄연하므로 그걸 정면으로 위배해서는 존속이 위태롭다고 느끼는 도사림인 것이다. 치유가 난망한 이 나라의 고질적 환부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 메이저급 지위를 선망하며 다가가려는 군소 꿈나무들의 늘어선 줄은 길기도 하다. ○○군인회, ○○전우회, ○○경우회 등 무력 조직 퇴역들이 대종이던 것이 각종 문화·예술·종교를 연고로 한 후줄근한 행렬이 후위로 늘어서 있다. 권력과 돈줄을 향해 간택을 호소하며 충성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그중 근래 몇 해 동안 가장 두각을 드러낸 무리가 '어버이연합'이다. 그들은 정부정책과 관련된 정치적 논란이 일어날 때면 항상 권력의 입장을 지지하며 그와 맞선 진영의 규탄에 발 벗고 나선다. 갈고 닦은 전공 분야는 맞불집회다. 정권의 실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꿰고 있으며 미리 집회신고를 해 선점하여 김을 빼거나 재빠른 현장 동원으로 맞불을 놓는다.

진보성향의 집회에 난입하여 "호국의 달인데도 묵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다"며 가차 없이 종북으로 딱지 붙인다. 이들의 활약상은 KBS·MBC·SBS·종편의 각광받는 취재원으로 어김없이 헤드라인에 올려진다. 치켜든 팻말에 초점을 맞추고 스치듯 훑은 카메라에 비친 그들의 면면은 오랜 사색으로 여물어진 탄탄한 신념의 '노전사'이기는커녕 생활고에 찌든 남루한 노인들일 뿐이다. 이들은 분열된 주장의 계량적 균형을 맞추는 도구로서 마치 보수 쪽의 대변자인 양 앞세워지는 것이다. 하달 받은 주창구호는 현수막과 손팻말이 어눌한 함성을 대신한다. 국가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빠짐없이 목 좋은 곳에 등장해 친정부 친여당 친재벌 친미를 외친다. 이들은 감히 '어버이'란 이름을 참칭하며 낫살깨나 먹은 노인으로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으며 주먹질까지 마다치 않는 패악을 저질러도 제지받지 않는 법 밖의 패거리가 된 것이다.

JTBC에 출연하여 결백을 주장하던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란 자가 행방불명되었고 간부급들도 잠적했다. 시위에 탈북자를 동원했으며 일당은 2만 원이었다는 <시사저널>의 최초 보도가 있었다. 그 돈줄이 재벌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였다는 JTBC 후속보도와 뒤이어 청와대 행정
관 관련설이 있고 난 직후다. 시사저널 앞에 어버이 부대를 집결시켜 '언론의 왜곡보도'를 규탄하며 다음 집회에선 '홍석현' 화형식을 열 것이라 호언하던 자들이 사라진 것이다.

종일 파지와 병을 주워도 만원 벌이가 어려운 노인, 탈북자에게 팻말을 나눠주고 참람하게도 '어버이'란 이름을 붙여 여론조작 도구로 사용한 간악한 손은 어디에 있는가. 애국 보수의 화신인 양 목말 태워 나발 불던 이른바 '언론'은 쉬쉬하고 있다. 이 꼭두각시놀음의 뒷배를 잡지 않고는 이 나라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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