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돋보기]'사독제' 중 유일하게 남아 고유성·문화적 가치 으뜸 낙동강 관광 연계 기대도

조선시대 국가 제례인 '가야진 용신제'가 제례를 넘어 민속으로 발돋움함과 함께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승격을 꾀하고 있다.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가야진사에서 치러지는 가야진 용신제는 삼국시대 이래 국가의식으로 전해져 오던 제의로 삼국사기 제사조에도 기록돼 있는 무형문화재이다.

삼국사기에는 '삼산(三山) 오악(五岳) 이하 명산대전을 나누어 대사 중사 소사를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대사는 왕이 직접 제사를 지내고, 중사는 왕의 이름으로 축문을 쓰고 향촉을 마련해 칙사를 보내어 제사를 대신케 했다. 또 소사는 지방관리로 하여금 왕명으로 제사를 지내면서 풍년농사와 풍어 등 국민안전을 기원한 제례다.

중사에 해당하는 가야진 용신제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오면서 풍년 기원과 기우제를 병행하게 됐고, 기우제는 물의 신인 용을 불러들여 가야진 용신제가 됐다.

지난 4월 30일 양산에서 열린 제55회 경남도민체전 개막식 때 가야진 용신제 시연을 보이고 있다. /김중걸 기자

◇장병 무운 빌던 사당 = 가야진 용신제와 가야진사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 국조오례의, 동국여지승람 등에 수록돼 있다. 사독제(四瀆祭)는 농사와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로 홍해의 토지하, 남으로는 삽량주 황산하, 북으로는 한산주 한산하, 서쪽은 웅천주 웅천이며 지금까지 그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은 황산하(낙동강)에 가야진사뿐이다. 가야진사는 예부터 나라에서 장병의 무운을 빌며 제사를 올리던 사당이다.

가야진 용신제는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모해 현재는 부정기시기, 칙사영접, 용신제례, 용소풀이, 사신풀이로 나누어져 고유성을 갖는 제향과 놀이로 변모했다.

◇낙동강 관광벨트 블루칩 = 잊혀만 가던 가야진과 가야진 용신제를 부활시킨 것은 지역민의 힘이 결집하면서 가능했다.

1966년 3월 주민들이 발기회를 구성하면서 기록만으로 남아있던 가야진 용신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역 주민들 힘으로 용신제를 열다 1983년 2월 경남도 민속자료 제7호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85년 5월 경남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개인상을, 1989년 2월 가야진사 보존회가 구성되면서 복원사업도 함께 추진됐다.

1995년 11월 경남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단체 우수상을 받으면서 1997년 1월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됐다.

같은 해 이장백 씨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면서 가야진 용신제는 갸야진 용신제 보존회를 중심으로 해마다 3월과 5월, 10월 가야진 용신제 정기발표회와 함께 제55회 경남도민체전 개막 행사와 양산삽량문화축전 등 각종 행사에서 공연하면서 지역민과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특히 양산시는 낙동강 생태탐방선 운항, 황산체육공원, 원동매화축제 등 낙동강 벨트 관광 활성화에 가야진과 용신제가 새로운 문화관광 블루칩으로 보고 중요문화재 승격에 행졍력을 집중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화재적 가치 재확인 = 지역민의 노력으로만 부활을 꿈꾸던 가야진 용신제는 지난 2010년 4대 강 사업을 위한 시굴조사과정에서 가야진사 앞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신라 초기부터 가야진 용신제를 지냈던 옛 제당 터와 고려시대 집터, 15세기 조선 초기 무렵의 분청자기 등 유구가 다량 발굴되면서 문화재적 가치를 재확인했다.

문화재청은 분청자기가 세종실록 중 각종 국가의식을 정리한 오례 등 문헌에 나오는 제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조선 초기 사용한 제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탄력을 받아 지난 2014년 4월 가야진 용신제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승격하고자 경남미래발전연구원에 의뢰해 학술용역을 시행하고, 같은 해 12월 경남도 문화재위원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종목심의에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월 문화재청 심사도 받지 못하고 탈락하는 비운을 맞았다. 당시 전국에서 제례부문 후보로 7건이 접수됐으나 가야진 용신제는 심사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김용기 양산시 문화관광과장은 "낙동강 관광벨트 활성화를 위해 가야진과 가야진 용신제는 반드시 중요무형문화재로 승격돼야 한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올해 다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승격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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