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자란 마을서 3년째 이장 현고수·곽재우 생가 관리 성과
'창조적 마을 만들기'도전장도 "주민 소득·행복 꼭 높일 것"

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마을은 역사적으로 매우 뜻깊은 지역으로 곽재우 장군이 태어난 고향이자 의병장으로 활동한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 가운데 의병을 모으고자 북을 매달아 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는 현고수는 천연기념물 493호로 지정될 만큼 지금은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신성시된 나무가 있다. 또 수령 약 60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마을 가운데에 우뚝 서 현고수와 함께 마을을 지켜오고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세간마을을 소중하게 보호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이상동(48) 이장으로 마을 전체가 더욱 윤택해지고 있다.

세간 1구와 2구로 나뉜 120여 가구 200여 명의 마을주민은 이 이장을 한 마디로 '유곡면의 보물'이라 말한다.

이곳 세간마을에서 태어나 유소년 시절을 보냈고, 고등교육을 위해 창원으로 잠시 고향을 떠났던 게 객지 생활의 전부다.

의령 세간마을 이상동 이장. /조현열 기자

고향에 정착한 이후 평소 어질고 반듯한 성품과 성실함, 그리고 특유의 책임감으로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했다. 여느 마을처럼 젊은 층이 없고 노령인구가 많은 마을에서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고 눈과 귀가 되어 어르신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아들, 손자 역할을 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절반을 넘는데다 전답을 경작하며 특별한 소득창출이나 일자리가 없는 실정에 이 이장은 마을도 살리고 주민소득도 높일 방안 찾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7년간 새마을지도자를 거쳐 올해 3년째 이장직을 맡은 이 이장은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덕에 마을 구석구석, 가구별 사정 역시 손바닥 보듯 훤하다.

세간 2구 마을 이장이 따로 있지만 70을 넘긴 고령이라 사실상 세간마을 전체 일을 도맡아 오면서 많은 신뢰도 구축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일반농산어촌개발 공모사업에 '세간리 창조적 마을 만들기'로 3년째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라고 생각했고, 아내도 "소득도 없는 일을 왜 당신이 하는데"라는 쓴소리에 다툼도 많았단다.

더구나 마을 어르신들은 사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누군가 희생이 있어야 마을이 발전하고 주민소득도 높아져 살기 좋은 마을이 된다는 일념은 굳었다.

혼자서 추진한 일이라 주민 설득에 많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꿋꿋하게 견뎌왔고, 차츰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보태지면서 뜻을 같이하는 주민이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몇 안 되는 세간마을 부녀회를 구성해 마을 안팎 청소와 대문 도색 등 현고수와 은행나무 주변을 가꾸는 봉사활동도 펼쳤다.

그는 더 좋은 마을을 만들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모두가 마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마을회관에 모여 주민 역량강화 교육도 받고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앞서가는 농촌마을 견학에 나서는 등 주민 인식변화에 동참을 이끌어 냈다.

매년 2월 지역주민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지역사회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동신제를 지내며, 2010년부터 문화재청 지원으로 지신밟기, 윷놀이 등으로 무병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행사를 만들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마을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세간리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이 선정되면 마을 환경변화에 먼저 투자할 생각이다.

곽재우 장군 생가를 비롯해 마을 주변을 쾌적한 마을로 만들어 쓰레기를 버리는 일부 관광객들의 환경의식부터 개선한다는 생각이다.

일주일 평균 관광버스 서너 대와 일반 승용차 등 줄잡아 200∼300명이 다녀가는 세간마을에 각종 쓰레기 투기는 예사란다. 심지어 기르던 애완견까지 버리고 가는 비양심적 관광객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더구나 신성시하는 현고수와 역사적 인물의 생가가 있는 곳에다 양심까지 버리고 가는 일부 관광객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 '세간리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마을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념이 확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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