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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성어 네 마음속 그 별은 잊지 못한 사랑이로구나

[신우해이어보] (16) 망성어

박태성 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webmaster@idomin.com 2016년 05월 03일 화요일

망성어의 이름을 망성(望星)으로 읽는 사람들이 있다. 물고기 이름에 대한 글자풀이 치고는 이색적인 해석이다. 그 이름의 뜻이 '별을 그리워하는 물고기'라는 것인데 별을 그리워하기보다는 그리워하는 것 때문에 별을 보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망성어의 이름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 망성어는 그리움에 사무친 어떤 영혼이 물고기가 된 것이리라.

그리움이 사무친 날이면 하늘을 봅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구름 한점없는 시린 하늘이

너무도 슬퍼서 너무 슬퍼서

가슴이 파랗게 시려 옵니다.

그리움이 죽도록 사무친 날이면

캄캄한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수많은 별들이 헤아릴 수 없이 빛나지만

나는 끝도 없이 헤아리며

그 속에서 그리운 당신을 찾으려 밤을 샙니다.

밤새도록 소쩍새는 무수히 울어댑니다.

가슴에 붉은 꽃이 막무가내로 피어납니다.

이토록 그리움에 전율하는 밤이면

아마도 산에는

무수히 꽃들이 피어날 겁니다.

- 2016년 4월, 필자

철쭉꽃이 붉게 피고 질 때면 망성어가 새끼를 낳기 위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완태생 물고기인 망성어는 망상어라고도 하는데 주로 11월부터 체내에서 수정을 하여 새끼를 뱃속에서 길러서 5∼6개월 뒤에 몸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이 되면 그 이전이라도 덜 성숙한 새끼라도 급하게 내보내어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도록 한다. 이러한 망상어의 습관 때문에 상어라는 이름이 붙었을 법도 하다. 망성어가 그리워하는 별들은 가없이 넓은 바다에서 자신이 몸속에 기른 새끼들을 떠나보내고 서로가 그리움을 안은 채 살아가는 육친에 대한 그리움으로 물들어 말갛게 빛나는 별들로 여겨진다. 지독한 사랑과 모성, 그리고 그리움의 별들이다.

그러나 망성어의 원래 뜻은 입 주변에 가는 가시가 수수의 까끄라기 같은 것이 있으므로 진해 사람들이 이 물고기를 '까끄라기 물고기' 즉 망어(芒魚)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약전(丁若銓)이 저술한 <자산어보(慈山魚譜)>는 망상어를 이렇게 적었다.

"큰 놈은 한 자 정도이고 모양은 도미를 닮았으나 높이는 더 높고 입이 작으며 빛깔이 희다. 태(胎)에서 새끼를 낳으나, 살이 찌고 연하며 맛이 달다."

그러면서 이름을 망치어(望峙魚), 소구어(小口魚)라 하였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이 물고기는 망사, 망상어(부산), 망싱이(통영), 맹이(주문진), 망치어(흑산도), 망성어 등의 다양한 이름이 있으며 워낙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고기이므로 '바다의 붕어'라 하기도 한다.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는 이 망성어를 잡는 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 매우 독특하다.

"이곳 사람들이 망성어를 잡을 때 바다에 물이 휘돌아 여울지는 자리에 어뢰(牢)를 설치할 수 있는 곳에서 잡는데 긴 기둥이나 대나무 발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어뢰와 달리 물속에 잔 나뭇가지나 꼴풀, 줄풀, 짚 등을 가라앉혀 빙 둘러 방과 같이 만들어 놓고 이것을 통박(桶箔) 즉 통발이라고 한다. 가는 대나무를 사이사이에 세워 표시를 한다. 밀물이 들 때를 기다렸다가 물고기가 밀물을 따라서 여울로 들어와 통발 안에 숨으면 썰물이 나갈 때도 따라가지 않고 남아 있다. 이때에 통발 바깥에 그물을 두르고 배를 타고 통발 안으로 들어간다.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서 오가면서 나무망치로 배의 바닥판을 두드린다. 혹은 5, 6명 혹은 7, 8명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친다. 그 소리는 마치 다듬잇돌을 어지럽게 두드리는 것과 같다. 물고기들이 모두 놀라서 흩어지며 통발 바깥에 걸어둔 그물에 튀어서 나간다."

<우해이어보> 말미에 첨가된 담정의 자작시 <우산잡곡>에는 망성어와 관련해 이런 시가 있다.

"밤알은 불그스레하고 귤껍질이 노랗게 될 때, 망성어가 처음 풀 통발 집 물여울에 들어오네, 노련한 뱃사공은 어뢰 안으로 들어가, 사정없이 바닥판 두드리니 온통 정신없네."

여기서는 망성어가 여울로 들어오는 계절을 가을로 표현하였는데 망성어는 보통 11월경에 짝짓기를 한다. 이때 몸이 핑크빛이 짙어지면서 서로 몸을 비비며 밀월을 준비한다. 그들의 짝짓기는 주로 물가의 바위틈에서 이루어지는데 위의 설명과 같이 물풀이 가라앉아 주변을 감싸는 안정적인 곳도 그러한 장소로 택하는 것임을 볼 수 있다. 망상어가 줄풀더미 통발로 들어가는 것은 신혼방을 차리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동방화촉(洞房華燭)이다. 최치원과 당태종의 시(詩) 겨루기 설화에서 당태종이 뒤의 다섯 글자 네 줄을 완성하여 제시하자 최치원이 그 앞에 두 글자씩을 덧붙여서 완성했다고 전해지는 시가 있다. 이 시에서 평생 살면서 가장 기쁜 일 4가지는 (1)千里他鄕逢故人(천리타향봉고인) 천리타향에서 고향 벗을 만나는 것, (2)七年大旱逢甘雨(칠년대한봉감우) 7년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것, (3)少年登科還鄕時(소년등과환향시) 소년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하는 것, (4)無月洞房華燭夜(무월동방화촉야) 달도 없는 밤에 동방화촉을 밝히는 것이다. 동방(洞房)은 처음 초례청을 차리고 초례를 행하는 신부집에 차려진 신혼방이다.

달콤한 신혼의 밀월을 꿈꾸며 물 속 풀숲으로 찾아든 물고기를 뱃전을 두드리는 소리로 정신없이 만들고 그물로 잡아먹는다는 것이 가슴에 짠한 껄끄러움을 남긴다. /박태성 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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