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예술은 일반인의 삶과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라는 인식이 많았다. 예술은 사람살이 사이에 자리 잡지 못했고 일반인들은 바쁜 일상에 쫓겨 살았기 때문에 이런 인식은 어느덧 공식이 되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도식이 통하지 않을 것도 같다. 우리 지역의 뜻있는 예술가와 애호가들이 복잡한 시장 한가운데 둥지를 틀어 주목을 받고 있다.

창원시 창동예술촌에 들어선 금강미술관은 우리 시대의 예술이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한 모범이 될 만하다. 경남지역 최초로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인 금강미술관은 옛 마산의 원도심이었지만 경기침체로 활력을 잃고 있다가 예술촌으로 변모를 일신한 창동거리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주목받게 하고 있다.

창원시 내서농산물도매시장의 시도도 놀라운 발상의 전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은 그야말로 농산물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런 사람살이 냄새 가득한 곳에 마산청과시장이 아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화가가 몇 개월간 머물며 작품 작업에 몰두할 공간인 아트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여기서 그려진 작품도 전시하게 된다. 농산물 거래 뿐만 아니라 화가와 전시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예술이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가까이에 자리 잡는 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동떨어져 있던 예술이 평범한 일상 속에 자리 잡게 되면 그만큼 삶과 생활은 여유롭게 된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말하면서 예술을 애호하게 되고 그것이 곧 문화융성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문화융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국민의 삶 속에 문화융성의 가치가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는 의문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아트 프로젝트와 금강미술관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의 활로임이 분명하다. 문화 예술도 과감하게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예술이 소외된 채 문화가 융성하고 제 역할을 다할 수는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아트센트와 작은 미술관들이 사람들의 삶 속 가장 가까운 공간에 들어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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