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마산청과시장 '아트프로젝트'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경남 창원시 내서농산물도매시장. 이제 1층에서 과일을 고르고, 2층에서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1922년 설립된 농산물도매시장 법인인 마산청과시장㈜이 아트 프로젝트(Art Project)를 가동했다. 농산물도매시장에 작가가 몇 개월간 작품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아트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해 선보일 수 있는 공간도 준비했다.

예술이 멀지 않은 곳,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에서의 레지던시 = 마산청과시장 아트 프로젝트는 지난해 가을부터 입주 작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올해 1월 시작됐다. 첫 구상은 안성진(49) 마산청과시장 대표와 첫 입주작가인 서용선(66) 작가의 만남부터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안 대표는 지난 2009년 서 작가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아티스트가 특정 지역에서 일정한 기간 머물면서 예술 작업을 하는 것) 등을 의논했다. 경기도 양평에서 생활하는 서 작가는 아트 프로젝트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서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09 서용선'전,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기념으로 고려대학교박물관이 개최한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도시, 역사적 비극, 풍경 등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30여 년 전 대학시절 강요배, 김용식 작가 등과 함께 경남 최초 상업화랑인 동서화랑에서 전시를 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아트 프로젝트 계획은 본격화됐다. 마산청과시장 측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인근에 숙소를 마련했다. 서 작가는 숙소인 부림시장과 내서농산물도매시장 아트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이곳에서 작업한 후, 이달 19일부터 6월 3일까지 '서용선의 마산' 전시가 열린다.

아트 프로젝트는 올해 레지던시, 전시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고 있다. 마산청과시장에서 회의실, 휴게실 등으로 쓰던 공간 중 66㎡(20평)를 작업실로, 165㎡(50평)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 서 작가의 첫 레지던시와 전시 후 이강우 사진작가, 오마키 신지 일본 작가를 초대할 계획이다. 2개월 정도씩 레지던시 공간에 머무르면서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서용선(왼쪽) 작가와 안성진 마산청과시장㈜ 대표이사가 창원시 내서농산물도매시장 2층에 마련된 레지던시 공간 서 작가의 작품 앞에서 웃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지역민 삶이 작품으로 = 아트 프로젝트는 지역민 삶을 예술로 녹여낸다. 서 작가는 마산항, 어시장 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꾸준히 해오던 자신의 자화상도 이곳에서 지내면서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환경이나 분위기에 따라 색채가 바뀌었다. 그림에서 굵은 터치의 선이 푸른색, 녹색을 띠고 있다. 바다와 시장을 오가며 느낀 부분이 색감으로 드러났다. '마산 자화상'인 셈이다. 서울대 미대 출신인 작가는 학생 시절 대학 학장이던 김종영 작가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김종영 생가를 찾아가 그리기도 했다.

서 작가는 "삶의 현장에 관심이 많다. 20여 년 전 미국 버몬트 지역에 레지던시 작가로 초청돼 그곳에서 거주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미국, 호주, 독일 등에서도 머무르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작가 거주 프로그램은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다. 강원도 태백 폐광 지역인 철암 지역을 15년째 꾸준히 그려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내서농산물도매시장 2층 마산청과시장㈜에 마련된 레지던시 공간(작품 작업실)에서 서용선 작가가 자신의 자화상 작품을 그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아트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 안성진 마산청과시장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아트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들이 교류·소통하고, 지역민들이 현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이번 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 기억 속에 잊혀 가는 '사람다움'을 되찾고, 사회적 창의성, 포용력, 유연성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앞으로 꾸준히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 미술을 배울 수 있는 강연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트페어 참여도 고려 중이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후에는 창원시 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도 열렸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이 사회를 보고, 심은록 미술비평가가 '사람에 대한 환원적 호기심 서용선과의 대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마산청과시장㈜ 주최로 창원시 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가 열렸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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