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산길 지나 나눈 호탕한 대화 '다음 걸음'내딛는 힘으로

지난 주말 시루봉에서 장복산으로 능선을 따라가다 안민고개 근처를 지날 때입니다.

등산하기 좋은 날이고 다른 등산객들도 제법 많아 처음에는 그 어르신을 그렇게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어느 가파른 바위 길에서 그 어르신을 마주쳤습니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지요.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어르신께서 등산지팡이 하나를 짚고 조심조심 오시고 계셨습니다.

"어르신, 좀 잡아드리까예?"

"아이다 아이다. 괜찮다. 매일같이 댕기는 길인데 뭐. 고맙네."

그러고 나서 길가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다시 뒤따라오던 어르신과 마주칩니다.

젊을 때 건강 챙기라는 말씀을 남기고 휘적휘적 산길을 내려가는 어르신. /이서후 기자

"또 뵙네예."

"쉬는 가베? 허허허."

"연세도 있으신데, 잘 걸으시네예."

"내사 한 달에 15, 20일은 이 산길을 댕기네. 전국 어데를 가도, 이만한 데가 잘 없지. 바다가 이마이 보이고, 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음, 생각해 보이 그렇네예."

"어데까지 가는고?"

"장복산까지 갑니더."

"아이고, 한참을 더 가야겄네. 나는 요기 안민고개서 내려 갈끼라. 그래, 건강도 젊을 때 챙기라이. 돈 많이 벌어도 소용없어. 그 돈 죽으면 들고 가끼가 우짤끼고. 나 가네."

"예, 어르신. 살펴 가십시오."

이렇게 호탕하고 따뜻한 충고 하나 하시고 어르신은 휘적휘적 산길을 내려가십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왠지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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