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배달 주문 때 건네는 말

'배달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조금 늦어도 되니 안전하게 오세요.'

올해 경남 도내에서는 부쩍 오토바이 사망사고가 잦다. 올해 4월까지 모두 22명이 숨졌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4월 들어서도 6명이 사망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도내에서는 4~5일에 한 명꼴로 사망하는 현실이다.

정확한 경찰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가운데 음식배달 오토바이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점심·저녁 시간 전후 배달 오토바이들이 신호위반 혹은 과속하는 모습은 더는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이 됐다. 운전자 안전의식에 문제 있는 건 사실이지만, 꼭 그들 탓만은 아니다. 음식배달 오토바이 사고 위험을 높이는 건 소비자들도 한몫한다.

'총알 배달'에 익숙해진 주문자들은 조금만 늦어도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다시 전화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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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중국음식점 사장은 "주문하고서 몇 분 안 돼 독촉전화를 하기도 한다"며 "빨리 가져다 달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걸려요'라고 묻는 게 곧 빨리라는 의미"라고 했다.

한 유명 피자 업체는 한때 '30분 배달 보증제'를 하다 10대 아르바이트생이 신호위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지난 2011년 폐지했다. 이를 계기로 배달 문화에 대해 소비자들 각성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오게 됐다. 일각에서는 재촉 아닌 배달원 안전을 우선하는 말 한마디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영(38·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나도 그동안 조금 늦다 싶으면 '언제 오느냐'며 다시 전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행동이 오토바이 배달원 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앞으로는 주문 전화할 때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안전하게 오세요'와 같은 말 한마디를 덧붙이는 건 어떨까? 소비자 처지에서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내 동생 혹은 내 아버지 같은 이들 생명이 달린 문제라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앞서 언급된 중국음식점 사장은 "배달원을 걱정해서 '천천히 와도 된다'고 말한 손님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경남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업주·배달원 안전의식뿐만 아니라 주문하는 소비자들 배려까지 더해진다면 사고를 줄이는 데 아무래도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음식점들이 고정 직원을 두는 대신 '건당 대가'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배달 전문 기사를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기도 한다. 이들 배달 전문 기사 처지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측면에서 소비자 재촉과는 거리 먼 부분도 있다. 이들에게는 음식 배달 후 돌아갈 때 '안전하게 다니세요'로 인사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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