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만난 성숙한 청년들 홀랑 태운 첫 달걀 프라이에도 웃을 수 있는 건 '청춘'이니까

남해바래길을 취재하면서 남해군 이동면에 있는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숙박비가 싸고 대체로 실내장식도 예쁘게 하는데다가 다른 여행객들과 교류도 할 수 있어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숙박 형태입니다. 제주도에는 이미 넘쳐날 정도고, 남해는 지금 한창 늘고 있습니다.

제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남해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에게 제법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이들도 있다는군요. 최근에 몇 번 이용했는데, 아직은 본격 여행철이 아니라 손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와 청년 둘이 함께 묵게 되었지요. 한 친구는 대학생이고, 다른 친구는 직업군인이라 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맥주 캔을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은 둘도 없는 친구라더군요. 아직 20대 중반, 그야말로 청춘의 절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청춘이 늘 그렇듯 앞날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세상에 휩쓸려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 학교 생활과 군대 생활로 바쁜 나날들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 여행을 하자고 둘이 다짐을 했답니다. 그 나이 때의 저를 돌이켜보니 저보다는 훨씬 성숙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라 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20대 청춘의 첫 달걀 프라이는 이렇게 탔다. /이서후 기자

게스트하우스는 보통 다음날 아침으로 토스트와 커피, 달걀 프라이를 줍니다. 재료만 주고 숙박객이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하지요. 다음 날 아침 군인이라는 친구가 팔을 걷고 나섭니다.

"형님, 달걀 프라이 드실 거죠? 제가 해드릴게요."

그런데 만들어온 달걀 프라이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야, 이거 왜 이렇게 탔어? 식용유는 했어?" "아…. 안 했는데요. 근데, 저 달걀 프라이 처음 해봐요."

맙소사. 프라이팬이 좋은 것이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처음 해본다면서도 선뜻 제 것까지 만들어주려 한 마음이 고맙더군요.

"헤헤. 죄송해요. 다음에 혹시 뵙게 되면 그땐 달걀 프라이 진짜 예쁘게 해드릴게요."

그렇습니다. '청춘'입니다. 달걀 프라이 태워도 상관없습니다. 또 하면 되니까요. 하다 보면 결국 잘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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