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아티스트 그룹 HOJ 동맹

'갤럭시 S7, 진주(晉州) 속 '진주(眞珠)'를 발견하다'(4월 19일)

'진주 토박이 사진작가들, 고향 사진으로 '폰카 풍경사진' 찍는 법을 말하다'(4월 21일)

지난주 삼성전자 공식블로그인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된 글이다. 최근 발매한 스마트폰 홍보물인데, 모두 경남 진주 이야기가 담겼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휴먼스 오브 진주(Humans Of Jinju. HOJ)', '디스커버 진주(Discover Jinju)', '오프스테이지 라이브(Offstage Live)'. 모두 진주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비상업적 사진, 뮤직비디오 프로젝트다. 삼성전자가 새 스마트폰 홍보를 위해 이들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사진과 영상에서 실력이 괜찮고 개성이 뚜렷하다. 새 스마트폰의 뛰어난 사진·동영상 기능을 알리기엔 더없이 좋은 파트너인 셈이다.

사무실 겸 공동 스튜디오 'HOJ Factory'에 모인 'HOJ 동맹' 작가들. 왼쪽부터 최현석, 한나박, 김기종, 노상태, 심애향, 김재희 씨. /김재희

지난주 휴먼스 오브 진주 대표 사진가인 김기종(36) 씨, 디스커버 진주 중심 사진가인 노상태(29) 씨 그리고 이 전체를 총괄하는 기획자이자 역시 사진, 동영상 작업을 하는 김재희(40) 씨를 진주에서 만났다. 사진가, 음악가, 기획자 등으로 이뤄진 이들 프로젝트 작가들은 스스로를 'HOJ 동맹'이라 부른다. 같이 쓰는 사무실 겸 스튜디오도 'HOJ Factory'다. 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작품을 올리는데, 온라인에서 인지도가 꽤 높다.

"삼성전자 새 스마트폰 마케팅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우리 쪽으로 컬래버레이션(공동·협업) 작업을 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원래는 페이스북 페이지 디스커버 진주를 보고 연락을 한 거였대요. 우리나라 괜찮은 프로젝트 50개를 두고 고르다가 우리를 선택한 거였죠. 그런데 진주에 와서 미팅을 하다 보니 우리가 하는 휴먼스 오브 진주나, 오프스테이지 라이브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급히 방향을 다시 잡고, 사진은 물론 동영상 작업도 하게 된 거예요." 김재희 씨의 말이다.

사실 휴먼스 오브 진주와 오프스테이지 라이브는 그동안 지역 언론에도 간간이 소개가 됐었다.

지난 2013년 12월 시작한 휴먼스 오브 진주는 인물 사진과 간단한 이야기를 담는데, 오로지 진주 사람들만 소재로 한다. 사진이 꽤 좋아서 지난 2013년 12월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자마자 화제가 됐었다. 지난해까지는 김기종 씨 개인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보조 사진가를 한 명 두고 있다.

역시 2013년에 출발한 오프스테이지 라이브는 실력 있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라이브로 찍는 작업이다. 촬영 방식이 독특하고 가수들의 만족도도 높아 전국에서 촬영 의뢰가 들어온다. 하지만, 가수 선별은 엄격해서 매달 한두 편 정도만 찍고 있다. 장소가 주로 진주일 뿐 가수들은 전국을 아우른다. 외국인 가수가 참여한 적도 있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김재희 씨가 개인적으로 하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공연 동영상 등을 찍어왔는데 2013년부터 오프스테이지 라이브란 이름을 붙였을 뿐이란다. 하지만, 이전에는 촬영, 녹음, 편집을 혼자 다 했다면 지금은 지역 전문가들이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합류한 진주 음반제작사 준플래닛의 강준영 대표, 창원 녹음스튜디오 곰의 박동현 대표는 자신도 뛰어난 뮤지션이면서 탁월한 녹음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오프스테이지 라이브 작업 모습. /오프스테이지 라이브

지난해 시작한 디스커버 진주는 김재희 씨가 홍콩관광청에서 운영하는 '디스커버 홍콩'이란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고 착안했다고 한다. 인물 사진은 김기종 씨가 휴먼스 오브 진주를 통해 열심히 찍고 있으니, 진주 자체를 소재로 삼아 작업을 해보자는 의도였다. 김기종 씨는 "유명한 곳이나 특정한 장소보다는 진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진가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선택 기준이 엄격해 이들 작가라도 모든 사진이 실리지는 않는다. 단순한 풍경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풍경 사진도 제법 많다. 지난해 12월 디스커버 진주가 공개한 '지리산 설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진주시 풍경' 사진은 독특하고 비현실적이어서 온라인에서 합성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참여 사진가 중에서는 노상태 씨가 가장 도드라지고 열심이다. 상태 씨는 패션 사진계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하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가 기웃거린 곳이다. 그곳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진주로 돌아온 상태 씨는 김재희 씨를 만났고, 지금은 디스커버 진주의 중심 작가로 거듭났다.

합성 논란을 일으킨 디스커버 진주의 사진. /디스커버 진주 (촬영: 강호진)

"처음에는 일주일에 진주 시내를 260㎞ 걸은 적도 있어요. 그만큼 새로운 장소와 시각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죠. 이제 열 달 정도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알아주세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스스로 약간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게 항상 오늘은 어제 찍은 사진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이 생긴 거예요." 노상태 씨의 말이다.

이렇게 힘들게 작업을 해도, 이들에게 돌아오는 금전적인 보상은 없다. 어차피 즐기려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어느 정도 유명해지면서 나름의 '명성'은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상업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도 작가들에게 이건 사적으로 하는 거니까 하기 싫으면 언제라도 그만두면 된다고 말해요. 또 저희는 직접적으로 상업적인 것을 추구하지는 않아요. 예컨대 사진 찍은 장소는 다 공개해버립니다. 그래서 기성 사진작가나 사진 동호회에서 항의도 많이 받았어요. 여기저기서 후원하겠다며 연락도 많이 오죠. 하지만, 우리 작업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도움은 다 빚이에요. 그래서 다 거절했어요." 김재희 씨의 말이다.

재미로 시작한 작업들로 이제는 부담을 느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HOJ 동맹 작가들에게는 이제 '진주를 전국으로, 세계로 알린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이것을 두고 이들은 '의도치 않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라며 즐거워한다. 지금도 HOJ 동맹은 각자 열심히 개인 작업을 하면서도 서로 협력하고 다독이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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