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 열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봄 필자는 독일로 유학길에 올랐다. 처음 도착한 도시는 독일 중부지역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만하임이라는 도시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1년 정도 어학을 준비한 후 중북부 데트몰트라는 도시의 음대에서 디플롬 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필자가 생활한 두 도시는 독일에서도 그리 크지 않은 도시들이다. 데트몰트는 조용하고 숲으로 둘러싸여 곳곳에서 산책하며 사색하고 조용히 여가를 지내기 최적화된 도시이다.

이렇게 조용하고 인구 3만의 조용한 도시임에도 한때 유럽 3대 음대를 자랑하던 데트몰트 국립음악대학이 있는 것에 대해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들 수도 있겠으나 이 도시는 세계 2차대전 당시 폭격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음악학교가 문을 닫지 않아 전후 독일은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많은 음악학도가 젊은날 이곳에서 공부했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악단 중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 중 절반 이상이 데트몰트 음악대학 출신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명성을 떨친 학교이기도 하다. 지금도 세계의 많은 음악학도가 이곳으로 유학하고 있으며 또 독일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악대학 중 한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만하임음대 또한 매우 많은 유학생이 선호하는 대학이다.

필자가 독일에서도 그리 크지도 않은 도시에서 유학생활을 했음에도 지금 생각해 보면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다. 필자가 유학생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음악회장과 시립음악도서관이다. 만하임에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시립도서관, 그리고 옛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한 시립음악도서관이 있다. 시립도서관은 우리의 것과 그리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시립음악도서관은 필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시립도서관 한편에 구색을 갖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악보와 음악서적들, 음반자료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 이것들을 시민들에게 자유로이 열람하고 대여할 수 있었다. 또 놀라운 것은 만하임지역에서 초연되거나 연주되는 현대의 작품들까지 정리되고 열람할 수 있어서 필자 또한 자주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다. 데트몰트에는 시립음악도서관이 없다. 하지만 음대 도서관에서는 조금의 절차를 거치면 방대한 음악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또 시립도서관에서는 다른 인문 과학서적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방대한 음악자료(악보, 서적 등)를 보유하고 있어서 많은 시민이 자유로이 이용이 가능하다. 이곳 또한 과거의 자료들에 머물지 않고 데트몰트에서 초연되고 연주되는 주요한 음악들이 매번 정리되고 열람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처럼 많은 문화예술 활동 중 한 부문인 음악도 이 정도인데 다른 부문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가 직접 체험한 도서관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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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창원시민의날을 기점으로 창원시는 문화예술의 도시 선포식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떤 비전들이 제시될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계획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내용 때문에 내면의 성숙함이 결여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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