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vocabulary] (4) optical illusion -void promise - acrostic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네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총선 전인 지난 8일 녹음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방송바로 듣기(클릭)]

optical illusion(옵티컬 일루전)[명사] 착시(를 유도하는 것)

큰 배를 댈 수 있는 항구(가포신항)를 만들겠다고 퍼낸 흙으로 다시 바다를 메워 만든 섬이 '마산해양신도시'입니다. 그 시작은 창원시 통합 전으로 한참 거슬러 올라갑니다. 19만㎡가 넘는 땅에 아파트·상가가 들어서면 마산합포구 일대 공동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이 사업을 향한 걱정이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마산시, 통합 이후 창원시에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했고 아파트·상가 계획은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마산해양신도시 '국제 비즈니스 시티 건설' 시행자 공모에 단독으로 참여한 업체가 ㈜부영주택이라는 게 확인되기 전까지는요.

부영주택은 아파트 건설이 주력 사업인 업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부영주택은 인공섬을 가득 메운 아파트 계획을 창원시에 제출했습니다. 주택·상가를 합쳐 5000가구가 넘는 규모입니다. 창원시도 이것은 아니다 싶었는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의를 미루고 역제안을 합니다. 주거·상업 시설을 줄이고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한 아트센터를 넣은 공원 조성이 제안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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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영 측이 제시한 마산해양신도시 조감도./경남도민일보DB

부영주택은 역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창원시는 지난 1일 부영주택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합니다. 창원시와 부영주택은 오는 8월까지 구체적인 설계 내용을 놓고 협상을 진행합니다.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 사업자가 내놓은 지나친 아파트·상가 조성 계획을 창원시가 대폭 줄여서 잘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창원시 역제안을 반영한 이 계획은 역대 마산해양신도시 개발 계획 가운데 아파트 비중이 가장 큽니다. 창원시가 애써 줄였다고는 하나 3000가구 이상 규모로 아파트·상가가 들어옵니다. 사업비 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게 창원시 설명입니다. 즉 애초에 부영주택 계획이 워낙 터무니없는 바람에 창원시 역제안이 그럴듯해 보인 셈입니다. '착시'가 생긴 것이지요.

진행자인 블로거 '흙장난'은 "창원시와 부영주택이 너무 합을 잘 맞춘 것 같다"고 논평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양신도시 사업 자체가 '흙장난' 같기도 합니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마산해양신도시를 '예술·관광의 섬'으로 만들겠다고 장담하는 만큼 착시는 착시로 끝나기를 바랍니다.

void promise(보이드 프로미스)[명사] 공약(空約), 선거 때 정치인이 내놓는 헛약속

4·13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후보들은 수많은 공약을 쏟아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후보들 공약만 쫓지 않고 나름대로 자질과 자격을 검증하는 기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진행자인 블로거 '마산청보리'는 마산자유무역지역을 신도시로 조성하는 '마산 M-City' 공약과 창원 진해구를 부산에 편입하겠다는 공약을 20대 총선 대표 '공약(空約)'으로 꼽았습니다. M-city는 윤한홍(새누리당·창원 마산회원) 당선자, 진해구 부산 편입은 김종길(더불어민주당·창원 진해) 후보 공약입니다.

이 밖의 공약(空約)으로 전·현직 경남도지사 공약도 언급됐습니다. 김태호 전 지사 '마산 준혁신도시' 공약, 홍준표 지사 '도청 마산 이전' 공약입니다.

어쨌든 총선 전에 녹음했던 만큼 경남지역 여야 의석 수 결과도 예측했습니다. 저는 전혀 타당성 없는 과정과 추론을 바탕으로 답만 귀신같이 잘 맞히는 조재영 경남도민일보 논설여론부장 예측을 빌려 15 대 1이라고 했습니다. '마산청보리'는 13 대 3, '흙장난'은 11 대 5로 내다봤습니다.

결과는 12 대 4로 나왔으니 모두 틀렸습니다. 심지어 선거 예측 불패를 자랑하던 조재영 부장마저 전설(?)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습니다. 조 부장과 반대로 아주 타당한 과정과 추론을 바탕으로 이상하게 답만 못 맞히는 임용일 경남도민일보 부국장입니다. 자치행정1부장도 겸임하는 임 부국장 예측은 14 대 2. 이번에도 빗나갔습니다.

acrostic(어크로스틱)[명사] 각 행 첫 글자나 끝 글자를 짜맞추면 말이 되는 희시(戱詩)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당선작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자유경제원은 최우수상을 받은 'To the Promised Land(약속의 땅을 위하여)'라는 시를 비롯해 수상작을 공개했습니다. 내용만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한 것입니다. 그런데 앞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으니 'NIGA 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는 문장이 완성됐습니다.

입선작인 '우남찬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 일부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 버려진 이 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 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 자유민주주의 기틀을 잡으셨다'.

각 행 첫 글자만 읽으면 '국민 버린 도망자'가 됩니다. 자유경제원이 제대로 한 방 먹은 셈이지요.

'흙장난'은 "역사적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인사를 추앙하는 시 공모전을 연 것 자체부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흙장난'처럼 이 공모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행사를 비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화를 낼 수도 있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비난을 받는다고 자유경제원이나 이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는 쪽에서 흔들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앞서 소개한 작품은 다릅니다. 주최 측이 심사를 거쳐 우수하다고 뽑은 작품 아닙니까? 오히려 공모전을 이용해 정치적 자기 견해를 분명하게 표현한 것이지요. 당한 쪽에서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견해차가 있는 상대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아주 세련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경제원은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글쎄요. 심사위원이 고발 대상 같습니다만. 심사위원장이 바로 보수 논객이라는 복거일 작가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acrostic'은 첫 청취자 요청 단어입니다. 사연을 소개하는 가증스러운(?) '흙장난'을 방송으로 꼭 확인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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