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와 집계 과정 중대 허점 확인…시민 문제제기 무시한 선관위

경남 진주시 수곡면 관내 사전투표함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몰표가 나온 의혹은 일단 해소됐다. 그러나 개표 집계 과정에서 선관위의 중대한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그동안 '문제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온 선관위는 유권자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20일 자 2면 보도

진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몰표에 대한 <경남도민일보>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재조사 계획이 없다"던 태도를 바꿔 20일 오후 진주선관위에서 전격 재검표에 들어갔다. 그 결과 수곡면과 명석면의 비례대표 투표지가 섞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4월 13일 밤 개표 당시 개표사무원 실수로 수곡면 사전투표 비례대표 용지와 명석면 비례대표 용지를 합쳐버렸다는 것이다. 이어 담당 사무원이 상급자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새누리당으로 분류된 비례대표 표 뭉치에서 177표를 뽑아 수곡면 비례대표 투표용지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 하단의 해당 지역 투표관리관 직인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개표를 종료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개표 과정에서 3번에 이르는 실수가 이런 혼란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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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3일 개표일 당일 수곡면과 명석면 사전투표 집계표. 박스 안에 혼표된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들어 있었다./임종금 기자

이에 개표 당시부터 논란이 이어졌으며, 19일 밤 <경남도민일보> 보도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국 이슈로 떠오르자 이를 접한 당시 개표사무원 옥모(25) 씨가 진주시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경위를 설명하면서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옥 씨는 "개표 초기 가장 먼저 수곡면과 명석면 사전투표함을 열었다. 이에 당황해서 투표지를 혼표해 버려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진주시선관위는 20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수곡면과 명석면 비례대표 사전투표 용지를 재분류하기로 결정했다. 각 면별 투표관리관 직인에 따라 재분류 작업을 진행한 결과 문제가 됐던 수곡면 사전투표 비례대표 득표수는 새누리당이 177표에서 110표로 줄어들었으며, 기존 개표 결과에는 집계되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 25표, 국민의당 23표, 정의당 7표, 기독자유당 3표, 민주당 1표, 기독당 2표, 녹색당 1표, 한나라당 1표, 무효 4표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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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검표 후 수곡면 집계표

반면 명석면 새누리당 비례대표 득표는 139표에서 206표로, 더불어민주당 77표에서 52표로, 국민의당 57표에서 34표로, 정의당 25표에서 18표로, 기독자유당 9표에서 6표로, 민주당 5표에서 4표로, 녹색당 3표에서 2표로, 기독당 7표에서 5표로, 한나라당 3표에서 2표로 변경됐다. 이 밖에 코리아(1표),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1표), 공화당(2표), 민중연합당(3표), 복지국가당 (1표), 한국국민당(1표)은 변화 없으며 무효표는 14표로 재집계됐다.

▲ 재검표 후 명석면 집계표.

진주시선관위 박용백 사무국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관리 상의 실수로 이루어진 일이며, 좀 더 치밀하게 사무원 교육을 하지 못한 저의 실수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승택 진주시선거관리위원장은 "직원들 실수가 있었다는 점에서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잘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용백 사무국장은 "제가 39년간 선관위에 근무했지만 이번과 같은 재검표 결정은 처음이었고, 국내에서도 재판을 통하지 않고 이렇게 투표지를 재개봉한 것은 극히 드문 사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이런 실수가 재발될 수 있으며, 개표 과정이 조금 더 단순화 돼야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표 당시와 개표 이후에도 줄곧 진주시선관위는 의혹 제기에 대해 '교차투표 때문'이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선거사무원의 자발적인 연락이 있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의혹을 키워온 점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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