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졌지만 추억은 여전히 여기에

학교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출근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야겠다.'

야외 수업은 흔히 하는 수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날이 화창하고 꽃이 예쁠 때는 야외수업을 꼭 해야 하죠.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1교시에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번 수업은 야외수업입니다. 여러분이 졸업하기 전 마지막 벚꽃입니다. 지금의 사진은 겨울에는 찍을 수 없어요. 졸업 사진 찍는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찍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생각만큼 아이들은 수줍어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아이는 즐겁게 촬영을 했습니다.

벚나무 아래에서 봄을 즐기고 있는 경남 진주 꿈키움학교 아이들. /김용만

"선생님도 찍으세요."

"오냐. 어떻게 찍을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요. 푸하하 너무 웃겨요."

많은 사진이 있으나 단체 사진을 공개합니다.

이 아이들은 3학년입니다. 매년 쉽게 지나쳤던 벚꽃이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더하니 애잔하게 보였습니다.

"샘이 어디서 보니 졸업하고 20년 후 만난 반이 있더라고. 우리도 타임캡슐을 만들고 10년 후의 자신에게 말하는 영상편지 찍고 10년 후 이 자리에서 만나기 할까? 어때?"

"와, 샘 재밌겠어요. 20년은 너무 길고 10년으로 하지요. 완전 오글거리는데요."

아이들과 근처에 작은 벚나무도 심었습니다. 나무를 심고 은근 뿌듯해하며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교실에서의 시간은 그리도 천천히 가더니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 빨리 간다고 신기해하는 아이들 말소리가 귀여웠습니다.

봄은 이렇게 왔다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봄이 가기 전 아이들과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은 벚꽃을 볼 때마다 오늘의 야외수업을 떠올릴 것입니다. 추억만큼 사람에게 힘을 주는 것도 드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지식뿐만 아니라 추억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김용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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