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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 가자미 얘기는 전설일 뿐

[신우해이어보] (15) 가자미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webmaster@idomin.com 2016년 04월 19일 화요일

이번 회에 만날 녀석은 가자미다. 가자미를 잡고자 하는 <우해이어보> 낚시 여행은 지난 토요일 세월호 2주기가 되는 날에 떠났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출조를 망설이다 솔섬(송도)에 닿은 것은 아침 8시가 조금 지난 때였다. 우리가 낚시를 드리운 곳은 마을 앞 선착장에 붙어 있는 선상 작업대였다. 철이 맞지 않아서인지 기대한 가자미는 만날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마산 어시장에서도 노랑가자미나 돌가자미는 만날 수 없었고, '이시가리'라는 이름으로 돌가자미 행세를 하는 줄가자미회를 나누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가자미는 한자로 비목어(比目魚) 또는 접이라 하는데, 이는 몸통의 특징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비목어란 이름은 눈이 등에 나란히 붙어 있어서 그렇고, 접은 몸통의 생김새가 나뭇잎처럼 유선형이면서 납작하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전어지>(佃魚志)에 가자미의 다른 이름을 많이 소개했다. 혜저어(鞋底魚), 노갹어, 비사어라 한 것은 그 모양이 신 바닥처럼 생겼기 때문이고, 판어(版魚)라는 이름은 가자미의 영어명인 'flat fish'와 같은 뜻이다. 산지는 동해와 서남해를 언급하는데, 동해에서 많이 난다고 돼 있다.

마산어시장에서 팔고 있는 문치가자미(왼쪽·주로 도다리로 알고 팔리고 있다)와 줄가자미. /최헌섭

비목이란 이름에 대해서는 "양쪽 눈은 몹시 가까우면서 위쪽을 향해 있으며 서로 나란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중국 기록에 나타난 것과 같이 외눈박이 물고기가 아니라 "실제로 눈이 두 개이고, 또 반드시 두 마리가 합쳐야만 다니는 것이 아니다"고 논증했다. 조선 후기 학자 채지홍의 <동정기>에도 "광어와 판어를 다 가자미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중국에는 없다"고 했으니 옛사람들도 가자미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우해이어보>에 가자미는 황화, 청화, 반화, 목면화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뒤에 공통으로 붙은 '화'는 가자미를 이르는 말이고, 앞에 붙은 글자는 등이나 지느러미 색이 누렇거나 푸르고, 얼룩이 있다든지 솜 꽃이 열매를 맺을 때(가을)가 제철임을 드러내고 있다. 담정은 이렇게 적었다. "노랑가자미(황화)는 가자미와 비슷한데 짙은 황색이고, 조금 크다. 가자미와 넙치는 비목어다. 이곳 사람들은 가자미를 화어라고 한다. 맛은 담백하고 회로 먹거나 구이를 해도 모두 맛있다."

노랑가자미는 뒤쪽 꼬리자루와 지느러미에 노란 띠가 있어 그리 불리는데, 범가자미 줄가자미와 더불어 최고급 횟감으로 쳐준다. 가끔 어시장이나 횟집에서 배 가장자리에 노란 띠가 있는 참가자미를 노랑가자미라 하는 것은 잘못 안 것이며, 부러 그런다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다.

담정도 이 고기를 맛본 듯, 이 고기를 회로 먹거나 구워먹어도 맛있다고 했다. 옛사람들도 즐겨 먹은 이 고기는 조개 더미에서도 그 유체가 더러 출토된다.

마산어시장에서 팔고 있는 문치가자미(왼쪽·주로 도다리로 알고 팔리고 있다)와 줄가자미. /최헌섭

담정은 이어 이렇게 적었다. "비슷한 종이 있는데 청가자미인 청화다. 노랑가자미와 비슷하나 연푸른색이고 맛이 떨어진다. 또 비슷한 종으로 점가자미인 반화가 있다. 온몸이 황색이고 등에 황색 무늬가 있다. 원만하고 단정해서 마치 건괘(乾卦·태극기의 왼쪽 위에 그려져 있는 괘)를 그려놓은 것 같다. 독이 있다."

어떤 책에는 청화를 갈가자미라 옮기기도 했는데, 그것은 한자로 '장접'이라 하므로 청화는 청가자미로 보는 것이 옳다.

담정의 글을 다시 보자. "또 비슷한 종인 목면화는 일명 돌가자미(석린화)라고도 한다. 몸길이가 매우 길어서 어떤 것은 서너 자나 된다. 껍질의 비늘이 찬란하고 씻은 듯 깨끗하여 서해에서 나는 가는 돌비늘과 같다. 이 물고기는 목화나무에 열매가 달릴 때 많이 잡히기 때문에 목면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맛이 매우 좋아서 여러 가자미 중에 제일이다."

담정의 이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지금의 도감에서도 "매끈한 피부에는 비늘이 없으며 옆줄 아래위와 등, 배 쪽에 타원형의 단단한 골질판(담정은 이를 돌비늘이라 했다)이 줄지어 발달해 있는 것이 이 종의 특징"이라고 묘사한 것과 거의 같다.

석린화를 지금은 돌가자미라 부르지만, 위의 한자 이름을 보자면 돌비늘가자미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담정의 글 가운데서 비늘이 서해에서 나는 가는 돌비늘과 같다고 했고, 실제 돌가자미의 등에는 석린이라 묘사한 골질판 돌기가 3~4열 배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담정은 바로 등에 붙어 있는 이 돌비늘을 가장 큰 특징으로 본 것이며, 요즘 나온 도감에도 이것을 대표적인 특징으로 들고 이름도 예서 비롯한 것이라 적었다.

담정의 눈에 돌비늘로 보인 이 골질판 돌기가 영어권과 일본에서는 달리 보였던 것 같다. 이 물고기를 영어로는 'Stone flounder'라 하고, 일본어로는 'イシガレイ(이시가레이)'라 하였으니 둘 다 이 골질판을 돌로 여겼음이다.

어시장이나 횟집의 수족관에 들어 있는 가자미들의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경우가 더러 있는데, 돌가자미에 대한 오기가 대표적이다. 이번 기삿감을 구하러 나간 마산 어시장의 한 횟집에서도 줄가자미를 돌가자미라 표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등에 줄을 이룬 딱딱한 돌기를 그렇게 잘못 이해한 것이다.

담정은 끝으로 다음과 같이 적으며 가자미 설명을 끝냈다.

"주서(周書·당 태종의 명으로 위징이 총괄 편찬한 북주의 역사서)에 '동해에서 비목어를 보내왔는데 그 이름이 겸겸'이라고 하였다. 선대 유학자들은 '겸'을 '접'이라고 하였다. 인제 보니 가자미라는 어족의 종류가 매우 많다. 대개 비목어는 동해에서 생산된다고 하였는데, 비단 가자미(접어)만 동해에서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동해는 중국을 기준으로 한 동쪽 바다이니 주서에서 이르는 비목어는 우리가 서해라 부르는 그 바다에서 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담정은 '우산잡곡'에 가을날 백발 어옹이 갯머리에서 돌가자미 밤낚시를 하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목화꽃은 목면호에 피어나고/가을빛은 쓸쓸하고 외기러기 날고/백발어옹은 참으로 좋은 취미/물가어귀에서 밤마다 돌가자미 낚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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