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창녕 '길곡 손두부집'

정성이 부족하면 지을 수 없는 밥이다. 시할머니가 하시던 밥을 며느리의 며느리가 그대로 짓고 있다. 생선 이외에 반찬으로 사용하는 채소 대부분은 직접 기른 것이다. 된장, 간장을 담그는 것은 기본이고, 두부도 손으로 만들어낸다. 옛날 어르신들이 드시던 집장을 주 메뉴로 내놓는 곳이다.

창녕군 길곡면 증산리에 있는 '길곡 손두부집'이다. 김춘자(55) 대표 혼자서 식당을 운영하기에 하루에 30인분 이상은 만들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음식을 대접하는 사람도, 음식을 맛보러 간 사람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길곡면사무소 바로 옆에 자리한 2층짜리 주택의 1층이 식당이다. 주택을 둘러싸고 방문객들을 반기는 것이 많다. 누렁이 한 마리가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파릇한 대파와 마늘 등 채소도 빼곡히 심겨 있다. 간장, 된장 등을 담은 장독도 가지런히 열을 맞춰서 놓여 있다.

창녕 '길곡손두부집' 장독들.

늦은 점심때 식당을 찾아서 대표 메뉴인 집장찌개와 손두부를 주문했다. 손두부는 먼저 온 손님이 많이 주문해서 다 팔렸는데, 양해를 구해서 한 모 맛볼 수 있었다. 뜨끈한 두부에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국산 청태(푸른콩)만을 사용한다는 두부는 담백하고 고소했다. 김 대표는 다른 콩보다 두부를 만들었을 때 좋은 맛이 나서 청태를 쓴다고 했다.

집장찌개는 중년 이상인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집에서 다들 만들어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집장찌개는 간장, 된장, 청국장, 장밀, '개떡' 등을 섞어서 만든다. '개떡'은 보릿겨로 만든 된장이다. 6월 말경 보리타작이 끝나면 보리를 전문으로 빻는 방앗간에서 속껍질과 보릿가루를 같이 찧어서 익반죽해서 만든다. 도넛처럼 만들어서 말려 보리 왕겨와 함께 구워서 새끼줄에 꼬아 숙성시킨다. 집장 찌개는 최소 3년 이상 발효된 된장을 사용한다. 오래된 된장일수록 떫은맛 없이 좋은 맛이 나서다.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등 주변 어르신들께 배운 집장찌개 비법에다 김 대표만의 비법도 추가됐다. 곰삭은 멸치액젓을 넣어 감칠맛이 나게 했다. 매년 된장을 담그고, 1년 열두 달을 준비해야 집장찌개의 밑 재료가 만들어진다.

손두부와 밑반찬들.

더 좋은 맛이 나려면 더 오래된 재료여야 하기에 재료 준비에만 몇 년은 기본으로 필요한 셈이다. 김 대표는 "주재료를 제대로 준비하는 데 10년은 봐야 한다. 가족을 위해서 집장찌개를 만들다가 손님을 위해 만든 것은 6년 됐다. 집장찌개를 햇된장으로 만들어도 되지만, 그러면 맛이 없다. 오래 숙성된 간장과 된장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식당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이유도 집장찌개 재료를 만드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것이 큰 이유다.

수년간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집장찌개 맛은 확실히 된장찌개와는 다르다. 구수하면서도 깊은 향이 배어 있다. 크게 짜지도 않았다. 발효 식품이 듬뿍 들어서 절로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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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열두 달 준비한 재료로 만든 집장찌개.

김 대표는 정성과 함께 맛의 핵심으로 소금을 꼽았다. 된장, 간장, 두부 등 모든 음식에 전남 신안 토판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갯벌에서 채취한 토판염은 끝 맛이 달다고 했다. 많이 채취할 수 없어서 비싸지만 이 소금을 고집하는 이유다. 두부 간수를 구하고자 노력한 끝에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반찬으로 나온 자소엽 장아찌도 인상적이다. 직접 길러낸 보라색 잎이 곱고, 맛도 좋았다.

머위도 밭에서 기르던 것을 따서 쪄서 내놓았다. 잎이 혹시라도 멍들까 봐 조심스럽게 씻어서 상에 올렸다.

김 대표는 "우리 애들이 일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길고 힘들다. 집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특별할 것 없이 예전 어르신들이 드시던 음식이지만, 정성을 다해서 전통방식의 음식을 지켜가고 싶다"고 말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집장찌개 6000원 △두부전골 8000원 △손두부 1만 원.

◇위치: 창녕군 길곡면 증산리 417-4(길곡면사무소 옆).

◇전화: 055-536-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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