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없는 김해 축제판 허왕후 중심 재편 필요…허왕후 행사 늘려 차별화 예산 절감·스토리텔링 기대

김해시가 국내외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전국 규모의 대표 축제를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 53만 도시 김해를 대표할 만한 전국적인 축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연간 1000만 김해 관광도시 구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지자체의 대표 축제는 해당 도시 관광화를 촉진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대부분 전국 규모의 축제를 둔 지자체들이 관광도시로서도 성공한 사례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김해시만의 개성을 살린 대표축제는 뭘까.

◇도내 지자체 사례 = 경남에는 진주시의 '유등축제'와 고성군의 '공룡세계엑스포', 산청군의 '한방축제'가 그나마 전국화된 축제 반열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유등과 공룡 흔적, 한방약재라는 뚜렷한 소재를 축제로 연결한 것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인프라가 축제 성공을 이끌어 낸 결과다. 이런 축제를 빼면 도내에는 전국적으로 통할 만한 것이 극히 드물다.

◇김해 대표 축제 = 김해시는 가야문화축제를 시 대표 축제로 열고 있다. 이 축제는 올해 40회를 맞았다.

하지만 전국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금은 '문화가 대세'인 시대다. 따라서 가야문화축제가 전국 축제로 거듭나려면 가야 역사와 문화를 담은 새로운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김해는 6가야 종주국이자 금관가야 중심지다. 그만큼 가야 역사와 문화가 도시 곳곳에 산재한다. 이는 타 지자체가 모방할 수 없는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대표적 사례로 허왕후를 꼽을 수 있다. 가야 역사 문화의 중심에는 허왕후를 뺄 수 없고, 가야의 중심국이었던 김해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비켜갈 수 없다.

김수로왕과 허왕후 거리 행차 모습. /김해시

◇허왕후 소재 살려야 = 연간 1000만 명 관광도시 구축과 전국화한 축제를 만들려면 허왕후를 중심으로 한 축제로 재편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야문화축제 때 해반천에 띄우는 '김수로왕과 허왕후 뱃길체험' 행사에 체험객들이 대거 몰리는 것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허왕후를 축제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제는 시 대표 축제인 가야문화축제에 허왕후 비중을 크게 두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축제가 전반적으로는 가야역사 문화를 주제로 삼지만 가야가 철의 강국이었던 점을 중시해 철기 문화를 더 부각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올해는 허왕후 신행길과 허왕후 실버축제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허왕후 관련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따라서 가야문화축제를 전국적인 축제로 띄우려면 허왕후를 소재로 한 행사를 대거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허왕후를 다양하게 스토리텔링한 부대행사를 추가하면 더 많은 볼거리를 줄 수 있다.

허왕후는 국내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김수로왕)과 결혼한 국제결혼 1호다. 인도에서 영원한 사랑을 찾고자 김해로 온 도전적 여성이라는 점도 외지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훌륭한 소재다. 여기다 허왕후가 자식들에게 엄마의 성씨(김해 허씨)를 물려받게 한 양성평등의 주인공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 만하다.

◇시, 브랜드화 나서야 = 허왕후만을 소재로 한 축제를 단독으로 개최하면 비용이 이중으로 든다. 그러므로 가야문화축제를 재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야문화축제는 매년 예산부족으로 축제 내용이 단순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알찬 내용을 추가하려 해도 불가해서다.

올해 허왕후 신행길을 재현하는 데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제대로 모습을 살리려면 3억 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가 예산을 확보하는 데 그만큼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축제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다. 올해 부활한 허왕후 실버축제도 예산지원 중단으로 오랫동안 중단됐다가 간신히 민간 주도로 되살렸다.

허왕후 신행길을 소재로 관광상품화한 것은 부산시가 먼저 추진했다. 시가 개입해 두 도시가 공동개최하는 방안으로 전환했으나 사실상 부산시에 선점당한 셈이다. 이는 6가야의 종주국으로서 김해 역사 문화를 타 지자체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경종이다. 허왕후 축제나 관광상품화는 타 지자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김해시의 유일한 자산이자 축제의 최대 무기다. 이를 잘 다듬어 새로운 시 대표 브랜드 상품으로 출시하는 것은 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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